송로버섯 얹은 짜장면, 드셔보셨나요

김수경 기자
입력 2019.01.22 03:00

[소확행 미식]
평범한 음식에 고급 재료 더한 특별 메뉴, 2030 세대서 인기

서울 신촌역 골목에 있는 중국집 '충화반점'에는 늦가을부터 봄까지 특별 메뉴 하나가 추가된다. 짜장면에 세계 3대 진미라는 송로버섯(트러플)을 갈아 올린 '특선 트러플 짜장'이다. 짜장면이 손님 상에 배달되면, 직원이 짜장 위에 검은 송로버섯을 0.5㎜ 두께로 저며 수북이 올려준다. 2만원이 안 되는 한 그릇 가격치고는 꽤 많은 양.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선 이 정도 양을 파스타에 얹어주고 3만~5만원을 추가로 요구한다. 면과 소스를 비빌 때 코가 먼저 송로버섯 향을 들이켠다. 돼지고기를 오랜 시간 끓여 만든 눅진한 짜장 소스 사이로 송로버섯이 토독토독 씹힌다. 손님의 90%가 20~30대. 대학원생 최윤형(27)씨는 "비싼 송로버섯을 듬뿍 올려주니 짜장면 먹는데도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오른쪽부터 생송로버섯을 저며 올린 짜장면,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갈아 간을 한 돼지고기, 모리셔스 섬산(産) 사탕수수 설탕을 곁들인 커피.이미지 크게보기
오른쪽부터 생송로버섯을 저며 올린 짜장면,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갈아 간을 한 돼지고기, 모리셔스 섬산(産) 사탕수수 설탕을 곁들인 커피. 모두‘소확행 미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태경 기자·오종찬 기자·카나슈
2030 젊은이들 사이 평범한 음식에 고급 재료를 얹어 먹는 '소확행 미식'이 인기다.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고가의 희소성 있는 재료를 조합해 특별한 메뉴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서울 강남역 뒷골목에 있는 돼지고기 전문점 '숙달돼지'에서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으로 밑간한다. 고기를 굽기 전 손님이 보는 앞에서 손바닥 절반 크기의 연분홍색 암염(巖鹽)을 전용 스테인리스 강판에 갈아 고기 위에 뿌린다. 다 구워진 뒤에도 한 차례 더 이 소금으로 간한다. 직장인 김혜원(30)씨는 "1만원대 돼지고기에 비싼 소금을 즉석에서 갈아주니까 삼겹살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히말라야 소금은 파키스탄 히말라야 산맥에서 채취되는 가공 전 상태의 소금 덩어리. 바다 소금보다 염도가 낮고 칼슘과 마그네슘 함유량은 높다. 덕분에 300g에 7만원 정도로 비싸다. 고가(高價)에도 돈가스 전문점인 서울 홍대 카와카츠와 신사동 정돈에서는 돈가스 소스와 함께 히말라야 소금을 내놓는다. 디저트 전문점에서는 초콜릿이나 마카롱 위에 히말라야 소금을 한 톨씩 얹은 메뉴가 인기다.

국산에 비해 가격이 두 배나 높아 '금괴 버터'라고 불리는 프랑스산 고메 버터를 사용하는 베이커리도 인기다. 경기 안양의 베이커리 '고래빵'은 문을 열기 두 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선다. 그중에서도 고메 버터를 1㎝ 두께로 잘라 빵 사이에 끼운 고메 버터빵이 가장 유명하다. 마카롱 전문점들도 '고메버터로 크림을 만들고 있다'고 앞다퉈 광고한다.

고급 설탕도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카나슈'는 유럽 왕실과 6성급 호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 주로 쓰이는 설탕 브랜드. 모리셔스섬에서 재배된 사탕수수당으로만 만든다. 250g에 2만2000원으로 1㎏에 1300원꼴인 일반 백설탕 가격의 60배가 넘는다. 최근 서울 코엑스 카페쇼에서 선보인 제품 대부분이 품절됐다. 카나슈 측은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 덕분에 홍차나 커피에 곁들이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메뉴들의 인기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연장으로 분석한다. 이해림 푸드칼럼니스트는 "의식주 중 가장 싸고 쉽게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식(喰)'"이라며 "작은 소비여도 만족도가 훨씬 높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조선일보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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