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이르면 이번주 고위급 접촉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노석조 기자
입력 2019.01.14 03:00 수정 2019.01.14 10:00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 가시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1일(현지 시각) "올해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북한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13일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을 2월 중순에 베트남에서 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이르면 이번 주 내 미·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 구호 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北비핵화 진전 기대" - 11일(현지 시각)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있는 미 해군 5함대 사령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제임스 멀로니 미 5함대 부제독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올해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 비핵화의 상당한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이집트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좋은 소식은 북한과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국제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단 하나의 변화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계속 줄여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 김정은이 최근 4차 북·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간 뒤 본격적인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워싱턴에선 중동을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이 15일 귀국한 뒤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도 장소를 정하고 한 달 반의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이를 감안하면 2~3월 초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양측의 접촉이 늦어도 1월 중순에는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난 1차 정상회담 직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찾았던 것과 같은 이벤트가 또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요미우리신문은 13일 한·미·일 협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다음 달 중순 2차 정상회담을 베트남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달 말이나 늦어도 2월 초 열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난 12일 한 팟캐스트에서 "유력한 정보 소식통에 의하면 다음 주 중후반쯤에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뉴욕으로 가서 최종 회담 날짜 같은 것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 "금강산 (관광)이 먼저 풀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있다"면서 "(제재 문제는) 입장료를 현금으로 주지 않는 조건으로 풀 수 있다"고 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1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9일 미국 내 북한 구호 단체들에 인도적 지원에 대한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 방침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 화상회의도 다음 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워킹그룹 회의는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대북 현안 관련 세부 사항들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궁극적으론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한 것을 두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협상 목표가 바뀐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과의) 합의를 수용할지 모른다"고 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지난 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비핵화'란 표현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란 표현을 쓰고 있다"며 "어려운 비핵화 목표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 쪽으로 대북 정책이 수정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상시 전문 용어를 안 쓰는 편인데, 얼마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ICBM' 'IRBM (중거리탄도미사일)'이란 전문 용어를 언급했다"면서 "이번 미·북 회담에서 ICBM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북 사이에서 ICBM 제거 정도의 '스몰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주한 미군 감축'이 거래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 협상을 ICBM 제거 정도에서 타협하는 건 한국·일본과의 동맹을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등 그간 변칙적 결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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