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안보리 4중 제재… "비핵화 외엔 공단 돌릴 방법 없어"

윤형준 기자
입력 2019.01.12 03:00

정부, 현금 지급 피한다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이후 총 5건(2270·2321·2371·2375·2397호)의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개성공단 재개는 이 결의들에 담긴 내용과 정면 충돌한다. 미국 조야에서도 한국의 개성공단 재개 추진 움직임을 우려하는 분위기라 정부가 실제로 '개성공단 재개' 드라이브를 걸 경우 한·미 간 엇박자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美 조야 분위기 험악… 개성공단 제재 예외 어려워"

10일(현지 시각) 미 주요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한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말한 '조건 없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요청을 문 대통령이 열렬하게 지지했다"며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CNN은 "경제 침체와 선거 공약 미이행으로 국내 비판에 직면한 문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재개하길 열망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화, 민주당서 개성공단 비핵화 강연… 김정은, 폴더 인사 받으며 귀국 - 강경화(위 사진 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 특별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개의 걸림돌인 유엔 안보리 결의의 우회 방안을 찾는다는 뜻을 시사했다. 전날 방중 일정을 마치고 평양에 돌아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임철웅 내각 부총리가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아래 사진). /연합뉴스·조선중앙TV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이 재개되려면 유엔 안보리의 '포괄적 제재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 미국 설득은 필수 요소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에선 개성공단에 대해 제재 예외를 인정할 경우 사실상 대북 제재가 유야무야될 걸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개성공단 재개가 기폭제가 돼 국제사회의 제재 대오가 흐트러질 수 있어 '제재 예외' 인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 역시 "(개성공단 관련) 제재 면제를 받는 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일 것 같다"라고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문 대통령 언급은 당면한 국제사회의 현실 인식하고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북한 관련 업적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선물'을 안겨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겹겹이 쌓인 유엔 대북 제재

고강도 대북 제재들로 인해 개성공단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유엔 안보리 결의 곳곳엔 개성공단 재개를 정면으로 가로막는 조항들이 포함됐다. 북한 6차 핵실험에 맞서 2017년 9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대북 합작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개성공단'이라는 사업 자체가 결의 위반인 것이다. 결의 2375호는 북한산 직물·의류의 수입도 금지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부분은 의류 관련 업체다.

가장 최근 채택된 결의인 2397호는 기계류 및 전자·운송기기 등의 대북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경의선 철도 공동 조사를 하는 데도 따로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조항"이라고 했다. 2321호는 대북 무역을 위한 모든 공적·사적 금융 지원의 제공을 막고 있다. 입주 기업에 대한 '경협 보험' 등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안보리 제재가 겹겹이 쌓여 있어 비핵화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한 재개는 어렵다"고 했다.

미국 독자 제재 역시 걸림돌이다. 2016년 제정된 미국 '대북 제재 강화법'은 대북 거래에 참가하는 제3국까지 제재(세컨더리 보이콧)할 수 있도록 했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과 거래한 기업은 이 법에 따라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올릴 수도 있다"며 "미국 국내법이라 트럼프 대통령 임의대로 고칠 수도 없다"고 했다.

◇"현물 지급 대안? 北이 받을지 불투명"

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하는 쪽에선 "대량 현금(bulk cash) 유입 문제만 해결되면 재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강경화 장관의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대량 현금 대북 이전 금지' 조항을 담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는 개성공단 중단 전인 2013년 3월 채택됐다. 이 조항을 우회한다고 해서 재개가 가능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결국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고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돼 최소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2016년 3월) 이전 수준으로 상황이 나아져야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현금 유입'의 대안으론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쌀 등 '현물'을 임금 대신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정작 북한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차 연구위원은 "당장 현금이 급한 북한이 '현물 임금' 등 대안에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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