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제재 '우회로' 찾는 정부

이용수 기자
입력 2019.01.12 03:00

강경화 "현금 유입 않는 案 연구"
김정은 신년사서 재개 의지에 정부, 공단 재가동 방안 모색

정부가 3년간 가동 중단 상태인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해갈 방안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대략적인 개성공단 재개 방안은 이미 마련돼 있지만, '조건 없는 공단 재개'를 시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제재 우회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의 걸림돌인 유엔 안보리 결의(2094호)의 '벌크 캐시(bulk cash ·대량 현금)' 대북 유입 금지 조항을 우회할 방안을 찾는 중이란 뜻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전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벌크 캐시가 (북한에)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며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회견을 계기로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한·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고강도 안보리 대북 결의가 5건 채택되면서 지금은 벌크 캐시만이 아니라 남북 경협 자체가 불법"이라며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 우회 방안 찾기에 몰두하는 것은 국제 제재 흐름과도 상충된다"고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날 '문재인은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한 제재 면제를 모색 중'이란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은 김정은의 제안에 대한 상징적 응답으로 읽히지만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할 때까지 제재 유지를 원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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