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검찰 간 날, 경찰 1500명 따라붙은 이유

김명진 기자
입력 2019.01.11 17:51 수정 2019.01.11 18:35
11일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동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전국의 기자들이 모여들고, 시위대도 결집했다. 경찰 18개 중대 1500명이 따라 붙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초동의 이 날을 사진으로 정리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일인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이 청사 출입에 앞서 검색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청사 보안을 강화했다. 평소 별다른 절차 없이 검찰을 드나들던 출입 기자들 역시 사전에 신청한 비표를 발급받고 나서야 출입이 허용됐다. 검찰 측은 검찰 청사에 들어가는 외부인들을 상대로 스캐너로 몸수색을 하고 가방 등 소지품 검사를 진행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이 예정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들이 취재비표 발급을 받고 있다./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조사가 예정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앞에 만들어진 포토라인 뒤로 취재진들이 서 있다. /뉴시스
‘포토 라인’은 실제로는 ‘포토 트라이앵글’ ‘포토 삼각형’이다. 기자단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이곳에 잠시 멈춰 서달라"는 의미로 노란색 테이프를 삼각형 모양으로 붙여놓은 것이다. 지난 9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청사가 아닌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검찰 소환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예정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며 대법원 정문 위에 올라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대국민 입장을 밝히기로 한 대법원 청사 앞에서는 아침부터 이를 반대하는 법원노조 직원들이 나와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했다. 법원노조는 전날(10일)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올린 성명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이 서야 할 곳은 검찰 피의자 포토라인"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기자회견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 5월 가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11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촉구’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주변에는 ‘반(反) 양승태’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중당 등이 연대한 ‘양승태 사법 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는 이날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 농단 몸통인 양승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카메라 세례를 가장 많이 받았다. 그는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작년 5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양승태 대법원장님 힘내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맞불 시위도 만만치 않았다. 보수성향 단체인 애국문화협회와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당, 턴라이트 등은 같은 시간 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수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님 힘내세요’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검찰을 규탄한다’는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기 위해 차에서 내려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앞에 나타난 것은 이날 오전 8시 59분쯤이었다. 대법원 주변에는 취재진 100여명이 모여들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으로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재임기간동안에 일어났던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다만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부디 법관들을 믿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발언은 5분여 이어졌다. 그는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다"며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감이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일인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힌 뒤 검찰로 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태운 차량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을 빠져나오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발표를 했다,.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오전 9시 7분. 양 전 대법원장을 태운 그랜저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는 입을 떼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타고 온 그렌저에서 내린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그가 검찰 포토라인에 머문 시간은 10초 남짓이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하는 11일 오전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양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굳게 앙다문 표정으로 대검찰청에 곧장 들어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대법원으로 출근했다. 평소 그가 출근하는 시각보다 50여분쯤 늦은 시각이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데, 사법부 수장으로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 외에 다른 말씀을 드리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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