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냐고요? 어묵·라면 국물입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19.01.11 10:00
끓는 물만 부으면 우러나는 국물 티백 제품
‘어묵티’ 히트하자 ‘라면티백’도 나와
테이크아웃 커피 뺨치는 세련된 종이컵 버전도

물만 부으면 어묵 국물이나 라면 국물을 즐길 수 있는 티백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이태경 기자
뜨거운 물에 붓기만 하면 어묵 국물이나 라면 국물이 되는 티백 제품이 화제다. 조리한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간편한데다 삼각김밥이나 도시락과 찰떡궁합이라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젊은층과 혼자 사는 일인가구에서 즐겨 구매한다. ‘저탄고지(저지방 고탄수화물)’ 등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이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찾기도 한다. ‘기름진 외국음식으로 더부룩한 속을 풀어주는 데 최고’라고 소문나면서 해외여행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국물 티백의 탄생은 ‘장난’에서 비롯됐다. 죠스떡볶이를 운영하는 죠스푸드가 2017년 9월 자사 소셜네트워크(SNS)에 어묵 국물이 녹차처럼 우러나는 이미지를 ‘맛있는 상상’이라며 재미삼아 올렸다. 소비자 반응은 장난이 아니었다.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달라’는 댓글이 수백 건 달렸다. 진짜로 출시됐다고 착각해 ‘제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폭주했다. 2017년 11월 3만 개 한정으로 내놓은 ‘죠스 어묵티’가 한 달 만에 완판됐고, 12월 정식 출시됐다. 어묵티가 성공을 거두자 지난해 말 부산 삼진어묵이 ‘어묵국물티’를 내놨고, 프리미엄 라면 브랜드 팔킨은 ‘라면티백’을 내놨다.

국물 티백, 진짜 먹을만할까 아니면 반짝하다 사라질까? 알아보기 위해 죠스어묵티와 어묵국물티, 라면티백을 구입해 시식했다.

◆ "오뎅끼데스까? 라면 한 잔 할래?" 위트있는 카피로 마음 녹여

죠스어묵티는 테이크아웃 커피로 착각할만큼 디자인이 세련되고 고급스럽다./이태경 기자
죠스어묵티는 플라스틱(폴리에틸렌) 포장에 밀봉된 티백 24개(기본맛과 매운맛 각 12개)가 담긴 상자 또는 종이컵에 하나씩 담긴 2가지 형태로 출시됐다. 박스형은 죠스떡볶이 매장이나 인터넷에서, 종이컵은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다. 삼진어묵 어묵국물티는 종이컵만 있으며 CU 편의점에서 독점 판매한다. 순한맛과 매운맛 2가지가 있다. 팔킨 라면티백은 박스 패키지만 있다. 순한맛과 매운맛이 8개씩 담겨있다. 대부분 인터넷 판매이나 SSG푸드마켓, 현대백화점 등 일부 고급 유통매장에서 이따금 발견된다.

죠스어묵티는 포장 디자인이 세련됐다. 떡볶이처럼 진한 붉은색의 길쭉하고 끝이 둥그런 막대들이 겉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종이컵은 냄새 나지 않게 뚜껑을 덮어 손에 쥐고 있으면 커피인지 구분하기 힘들 수준이다. 삼진어묵 어묵국물티 종이컵은 디자인이 고급스럽달 순 없지만 주황·빨간색 바탕에 꼬챙이에 끼운 어묵을 추상화한 듯한 흰색 직사각형이 꿈틀대는 등 어묵국물이란 정체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

팔킨 라면티백은 진한 주황색 상자에 한 쪽 면에 ‘라면티백’이라 크고 굵은 글씨로 인쇄돼 있다. 반대 면에는 흰 머그잔에 우려낸 라면국물과 김밥 한 줄이 접시에 함께 담긴 사진이 있어서, ‘김밥 먹을 때 곁들이기 좋은 국물’이라는 상품의 특징을 알 수 있게 했다. 티백에는 ‘라면 한 잔 할래?’라는 문구 아래로 편의점 도시락과 종이컵에 우린 라면국물 사진이 인쇄돼 있다.

가격은 죠스어묵티 8500원(박스)·1300원(컵), 삼진어묵 어묵국물티 1200원(컵), 팔킨 라면티백 1만1000원(박스·소매)이다.

◆끓는 물 부으니, 구수한 오뎅 국물 우러나… 라면국물 차는 다소 짠 맛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음식은 포장보단 맛이 중요할 터. 각 제품을 포장에 나온 음용법대로 침출했다(국물 티백의 공식 식품유형이 ‘침출차’다). 죠스어묵티는 티백을 잔에 넣고 끓는 물을 권장하는대로 180ml 붓고 2분 우렸다. 죠스어묵티와 삼진어묵 어묵국물티 종이컵에는 물 붓는 선이 표시돼 있어 편리했다. 나중에 측정해보니 표시선대로 부으면 180ml쯤이었다. 팔킨 라면국물은 물 권장량이 110ml로, 종이컵에 따라보면 3분의 2쯤 됐다. ‘30초 가량 우리라’는 안내 문구 다음에 ‘라면티백을 사놓으면 여행갈 일이 생깁니다’라는 애교 내지는 재치있는 멘트로 ‘해외여행 필수 아이템’임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죠스어묵티에 물 붓고 조금 지나자 진한 멸치향이 피어올랐다. 따뜻한 국물을 입에 머금자 멸치·밴댕이·새우 등 건어물에서 비롯된 시원한 감칠맛이 났다. 전형적인 분식집 어묵 국물 맛. 삼진어묵 어묵국물티 순한 맛은 좋게 표현하면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심심하고 밋밋했다. 어묵 국물보다는 가락국수 국물에 가까운 맛이었다. 고추씨로 칼칼함을 더한 매운 맛이 전체적 균형과 완성도에서 더 나았지만, 어딘가 심심한 건 마찬가지였다. 권장량인 180ml보다 적은 물을 넣었을 때 개인적으론 입에 맞았다. 죠스어묵티처럼 전분을 넣어줬다면 적당한 무게감과 어묵 국물스런 맛이 더 나지 않았을까 싶다.

팔진 라면티백 국물은 해산물의 시원한 감칠맛과 날카로운 칼칼함을 기본으로 한다. 순한 맛도 상당히 매웠다. 개인적으로 너무 매운 음식을 선호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 농심 ‘해물탕면’이나 ‘새우탕면’을 연상케 했다. 매운맛은 오징어의 구수한 맛이 도드라졌다. 농심 ‘너구리’가 떠올랐다. 맵기도 맵지만 아주 짜다. 국물이 식으니 짠맛이 더욱 도드라져서, 과장해 말하면 목을 넘기기 힘들 정도였다. 일반 라면 국물보다 맑다. 면발에서 우러나는 기름과 전분이 국물에 더해지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떢볶이나 가락 국수 곁들여 먹고파, 단일 음료로는 아쉬워

어묵 국물 티백은 떡볶이처럼 매운 음식이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과 찰떡궁합일 듯하다. 죠스어묵티를 마시니 바로 떡볶이가 먹고싶어졌다. 삼진어묵 어묵국물티 순한 맛에는 가락국수(우동)이나 소면을 말아 먹어보고 싶다. 라면티백에는 라면 면사리를 넣어보면 어떨까 싶었지만, 일반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니 굳이 그럴 일은 없겠다. 이탈리아에서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먹고 호텔방에 돌아와 끓여 먹으면 최고로 맛있을 듯하다. 확인하러 여행 가기 위해 당장 비행기표를 끊고 싶어진다. ‘라면티백을 사놓으면 여행 갈 일이 생긴다’는 말은, 절반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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