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홍보하라" 학교에 불법 강요한 교육감

박세미 기자 주희연 기자
입력 2019.01.11 03:32

7개 교육청, 전교조와 단협맺고 학교에 "내용 이행" 공문보내 논란

친(親)전교조 성향 시·도 교육감들이 법외(法外) 노조인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학교에 단협 내용을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전교조와 단협을 체결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법을 지켜야 할 교육감들이 불법적 단협 내용을 학교에 따르라고 강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교육청의 불법을 바로잡아야 할 교육부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7곳 중 7곳 단협 체결

전교조는 지난 2016년 '해직자는 조합원으로 둘 수 없다'는 교원노조법 등을 어기고 해직자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해 법외 노조가 됐다. 이후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법외 노조인 전교조와는 단협을 맺지 말라"고 알렸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법적 노동조합만 교육부나 교육청과 단협을 맺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0일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인천·세종·전북·강원·광주·충북·제주 등 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전교조와 새롭게 단체협약을 맺었다. 경남은 현재 전교조와 교섭을 진행 중이다. 단체협약을 완료한 7개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전교조와 단협을 체결했으니 철저히 이행하라'는 공문도 보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들이 전교조 단협 내용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와 교육감 사이 단협 내용을 살펴보면 더 문제다. '교육감은 전교조 전임자를 허가해야 한다'(제주), '전교조 사무실과 사무기기·비품 등을 지원한다'(전북)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적으로 전교조는 법외 노조이기 때문에 전임자를 둘 수 없고, 교육청은 국가 예산으로 전교조에 사무실 등을 지원할 수 없다.

또 '전교조는 전교조 홍보 게시판과 현수막·인쇄물을 학교장과 협의해 설치·배포할 수 있다'(인천), '고교 오후 7시 이후 수업, 오후 10시 이후 자율 학습을 금지한다'(세종)처럼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내용까지 포함시킨 곳도 있다. 전북교육청은 단협 외에 별도로 '정책 합의서'를 체결하고, 전교조 출신 교사가 많이 임용되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기로 전교조와 약속했다.

◇불법 방치하는 정부

강원도 한 중학교 교장은 "전교조는 법외 노조라 단협이 불법으로 알고 있지만, 교육감이 명령하면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불법 지시를 교육 현장에 따르라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번에 전교조와 단협을 체결한 교육감 7명 중 6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단협 내용이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간섭해 학교 재량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대부분은 전교조와 단협 체결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전교조 출신의 교육감 눈치를 보느라 눈감고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교육감이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도 교육청의 불법 행위를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교육청이 최근 전교조와 단협을 맺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현황 파악을 해보고 조치하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교육청은 작년 7월 전교조와 단협을 맺은 후 고용부에 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노조가 아닌 단체와 맺은 것은 단협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신고 접수를 받지 않았고,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았다. 교육청과 전교조 단협 문제는 교육부 소관이라 고용부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주장하는 전교조가 진보·좌파 교육감들을 압박해 단협 체결을 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학교에 전교조 홍보 현수막까지 세우겠다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선일보 A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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