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청년의 죽음, 勞使는 왜 모두 침묵하나

권순완 기자
입력 2019.01.11 03:25

제주공항 용역 경비원의 비극

제주공항에서 보안 업무를 하던 27세 근로자가 "노조 간부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회사는 해당 노조 간부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려다 노조가 반발하자 철회했다. 청년은 3주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노조와 노조 눈치를 보는 회사 때문에 한 생명을 잃었다"며 양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1일 제주 애월읍 해안가에서 김모(2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5일 전부터 실종 상태였다. 경찰은 "스스로 물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2016년 5월 제주공항의 경비 용역을 맡고 있는 A사에 입사했다. 출국장 여권 검사 등을 담당했다. 김씨는 입사 3년차이던 지난해 10월 초 회사에 직장 선배 강모씨를 고발했다. 김씨가 쓴 A4 6장 분량의 자술서에 따르면 강씨는 김씨에게 "신입 ××가 그 따위로 하냐. ××" "인사 안 하느냐 ××××야" 등 폭언을 했다. 김씨는 "2년 넘게 언어폭력에 시달려 미쳐버릴 것 같다"고 했다. 강씨를 다른 근무지로 전출시켜달라고 했다.

강씨는 이 회사 노조 2개 가운데 다수인 한국노총 계열 노조의 조직부장을 맡고 있었다. 직원 175명 가운데 140여 명이 한노총 계열 노조에 가입돼 있었다. 김씨도 이 노조에 가입했다가 작년 8월 탈퇴했다. 김씨는 주변에 "강씨와 엮이기 싫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가 내부 고발을 하자 회사는 두 사람을 면담하고 진술서도 받았다. 회사는 작년 11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접수에 대해 조치하겠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3일 후 회사는 강씨 관련 안건을 삭제했다.

징계 안건이 취소된 날, 회사와 노조 사이에 단체협상이 열렸다. 김씨 유가족은 "단협에서 노조가 강씨를 옹호하고 회사를 압박해 회사가 징계를 포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무렵 노조원들은 강씨 징계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한 직원은 "간부급 직원이 강씨에게 김씨 진술서를 보여준 뒤 김씨가 불안해했다"며 "담당 직원은 '(강씨에게) 확인 차원에서 보여줬다'고 하더라"고 했다.

회사와 노조는 이에 대해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정황이 나와 징계위 개최를 유보한 것"이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양측의 얘기가 첨예하게 달라 회사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징계가 무산되자 김씨는 휴가를 냈다. 휴가 복귀일인 지난달 6일에도 출근하지 않았고 닷새 후 변사체로 발견됐다.

김씨 유가족은 "노조가 조직부장인 강씨를 옹호하고 김씨를 철저히 소외시켰다"고 했다. 한 노조 간부는 노조원이 가입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노조가 강 대원의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 노조원이 김씨에게 그 글을 보여줬고, 김씨가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 아버지는 본지 통화에서 "아들은 노조가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약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강씨가 가끔 후배의 근무 태도를 지적하며 욕설을 하긴 했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씨 고발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했다. 김씨가 동료에게 "직속상관이 강씨에게 반항하라고 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A사에는 민노총 계열의 다른 노조가 있는데 민노총 소속 간부가 한노총 계열인 강씨 소속 노조를 공격하기 위해 김씨에게 고발을 종용했다는 취지다. 노조는 제보받았다는 메시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A12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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