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차 밖 측근향해 유리창 두드린 MB

김은정 기자
입력 2019.01.11 03:21

차안 안보이자 '쾅쾅쾅' 응답… 법조계 "사람이 그리운 듯"

지난 9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중앙지법 정문.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행 호송 차량(버스)을 타고 나왔다. 전직 대통령은 예우 차원에서 호송 차량을 혼자 탄다.

정문 길목에서 대기하던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 주호영 의원 등 이 전 대통령 측근 10여명이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호송 차량은 피고인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차량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게 돼 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차 유리창을 '쾅쾅쾅' 두드렸다. 10m 거리에서도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한 지지자는 "법정에 와준 게 고마워 저렇게 화답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차량이 정문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유리창을 계속 두드렸다.

법조계에선 "이 전 대통령이 사람이 그리워 그러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측근'이란 사람들이 검찰에서 줄줄이 분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때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숨겨 놓은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까지 검찰에 알려주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법정에 나온 이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선 "같이 일한 사람을 법정에서 추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증인 신문을 따로 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선 증인 신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이날 나올 핵심 증인이었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사실상 출석을 거부했다. 법원이 그에게 네 차례나 증인 소환장을 보냈지만 그때마다 집에 없었다고 한다. 증인으로 채택된 뒤엔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도 연락을 끊었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하와이에 있다가도 (귀국해) 검찰까지 와서 진술한 사람이 (내가 부른) 증인 신문엔 왜 안 나오느냐"며 답답해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A10면
땅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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