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두로… 국민 42%가 쿠데타 원해

부에노스아이레스=안상현 특파원
입력 2019.01.11 03:02

대통령 두 번째 임기 시작… 국민 72% "물러났으면 좋겠다"
미주 13개국도 "권력 양도하라", 마두로 "굴복하지 않겠다"

10일(현지 시각)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퇴임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야권은 물론, 국회의장과 국방장관까지도 퇴임 요구에 합류했다. 일부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고 차베스에 이어 지난 2013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오른 마두로는 작년 5월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야권과 미주 지역 국가들은 '부정선거'였다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페루 등 '리마그룹' 소속 13개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7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회의를 연 뒤 공동성명을 통해 "작년 베네수엘라 대선은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선거였다"며 "마두로 대통령은 취임하지 말고, 새 대선이 치러질 수 있도록 국회에 권력을 양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마그룹은 경제 파탄과 인권 탄압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문제를 다루기 위해 캐나다와 중남미 국가 등 14개국이 2017년 8월 창설한 협의체다. 지난달 좌파 대통령이 당선된 멕시코는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국내 퇴임 압력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베네수엘라 현지 컨설팅업체 다타날리시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72%가 마두로 사퇴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특히 응답자의 42%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마두로를 축출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2017년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차지한 야권 출신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마두로는 불법적 대통령"이라며 군(軍)을 향해 "민주주의 회복 노력에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군부가 마두로 축출에 나서 달라는 '쿠데타 선동' 메시지로 해석됐다. 마두로 대통령이 임명한 국방장관도 퇴임 요구 진영에 가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미국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이 지난달 마두로에게 퇴진을 하거나 자신의 사임을 수용해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으로 망명한 크리스티안 세르파 전 베네수엘라 대법관은 "마두로는 두 번째 기회(재임)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권력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취임식 전날인 9일 수도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네수엘라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미국과 리마카르텔(리마그룹)의 명령에 의한 국제 쿠데타 음모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떤 시도도 사법 시스템과 헌법, 민간과 군이 연합한 힘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파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6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요 야당들은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부정선거"라며 선거에 불참했고, 후보를 낸 일부 야당도 투표 매수 등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투표율 역시 46.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100만%에 달했고, 경제성장률은 -18%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전체 국민의 10분의 1인 300만명이 굶주림 등을 피해 해외로 도망쳤다.


조선일보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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