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일본서 제일 바쁜 고양이

유보라 닛산 크리에이티브 박스 디자이너
입력 2019.01.11 03:02
유보라 닛산 크리에이티브 박스 디자이너
도쿄의 골목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고양이는 택배 회사 '야마토 운수' 로고에 박힌 검은 고양이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의 이 로고는 '고객의 물건을 소중히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기업 철학 때문인지 택배 물건을 문 앞에 그냥 두고 가는 경우가 없다. 고객의 손에 물건을 직접 전달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배송을 하니 재배달률이 전체 배송량의 20%에 육박한다. 재배달로 인한 인력 부족과 42만t에 이르는 차량 탄소 배출량은 일본 내에서도 사회적 이슈다.

이를 해결하고자 야마토 운수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로봇 고양이 야마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시간과 장소를 예약하면 일명 로봇 고양이라 불리는 자율주행 차량이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도착한다. 고객은 시간을, 기업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택배기사 사칭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무거운 물건을 직접 배송하는 부담이 사라지면서 노인과 여성에게도 자율주행 차량을 관리하는 등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배송 인력거에서 시작해 자율주행 차량에 이르기까지 야마토 운수의 기술은 변화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사회적 약자에게 삶의 기회를 마련하고, 환경을 지키며, 고객에게 물건을 소중히 전달한다. 험한 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 속에서 로봇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가서고 있다.

모바일 쇼핑의 확장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추구하는 기술 혁신과 서비스 모두 사람을 위할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환경도, 이웃도, 노인도 모두 우리의 미래다. 기술의 눈부신 성장만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생각도 성장이 필요할 때다.


조선일보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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