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에 소주 즐기는 우리는 '영국 남자'

구본우 기자
입력 2019.01.11 03:02 수정 2019.01.11 09:42

조시&올리, 한국 문화 체험기 담은 유튜브 '영국 남자' 운영
구독자 300만명 넘어… 할리우드 스타도 단골 출연

"홍어 코는 노…. 삼합은 오케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는 금발의 영국인 올리 켄달(32)이 음식 이름만큼은 또박또박 발음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흑돼지'. "불고기도 맛있죠. 불고기 안 좋아하는 사람 있을까요?" 올리의 '파트너' 조시 캐럿(30)이 거들었다.

조시와 올리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영국 남자'다. 오똑한 코, 밝은 갈색 머리, 영화 '킹스맨'을 연상시키는 양복까지 영국인이 아닐 수 없는 남자들이다. 하지만 한국어가 유창한 조시는 "내가 영국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를 시작한 것도 영국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열두 살 때부터 중국에 살면서 한국인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성인이 되어 영국으로 돌아온 조시는 "영국 사람들이 한국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했다.

유튜브 구독자 300만명의 두 ‘영국 남자’ 조시(왼쪽)와 올리가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홍어를 처음 먹었을 때를 떠올려 보라’는 말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지호 기자
룸메이트였던 올리와 함께 2013년 런던에서 시작한 유튜브는 이른바 '대박'을 쳤다. 영국 남자들이 곱창에 소주를 먹는 영상은 전 세계 400만 명이 봤다. 홍어·산낙지 등 한국 사람들에게도 진입 장벽이 있는 음식들에도 도전했다. "영국인이 한국 문화를 몰라주는 게 섭섭해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300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 남자'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을 찾는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과 함께하는 '먹방'은 필수 코스가 됐다.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출연진은 지난해 4월 '영국 남자'에 등장해 김밥과 한라봉 먹방을 선보였다.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해물파전을, '킹스맨'의 태런 에저튼과 마크 스트롱은 치킨을 먹고 감탄했다.

조시와 올리가 본 한국의 음식 문화는 빠르고 다양하다. 유행 바뀌는 속도가 빠르고 먹을 것이 많아 '오늘은 뭘 먹을지' 고민할 일이 없다. 지난 2008년 처음 한국을 찾은 올리는 "'신세계'를 만난 것 같았다"고 했다. '두 달 전엔 대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던 맛집이 오늘 가 보면 텅텅 비어 있는 곳'이 두 사람 눈에 비친 한국이다. 강원도의 온천을 찾아가고 수능 시험문제를 풀어보는 등 다양한 콘텐츠에도 도전했지만, 조시와 올리의 1순위는 여전히 '먹방'이다. 조시는 "음식은 먹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느끼고 상상할 수 있다"며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한국을 알리는 데 이만한 소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시·국가비 부부는 지난달부터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하고 있다. /TV조선

요즘 한국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유튜버'가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는 말에 조시와 올리는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조시는 "유튜버가 '1인 미디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6명으로 이뤄진 팀을 만들어 채널을 운영한다. 영상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만 80시간. 이 중 90%는 촬영을 준비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데 들어간다. 올리는 "조시와 함께 팀으로 일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일에 열정과 창의성을 쏟아부을 자신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조시는 3년 전 또 다른 '신세계'를 만났다. 아내가 해주는 요리를 처음 먹었을 때 처음 한국 음식을 접하고 느꼈던 '충격'을 다시 한 번 느꼈다는 것이다. 조시의 아내 국가비 또한 8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유튜버이자 요리연구가. 우연인지 운명인지 '먹방 전문가'와 '요리 전문가'가 한집에 살게 된 셈이다. 조시는 지난달 18일부터 아내와 함께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하고 있다. 일명 '조가비' 커플이다. 올리는 "조시가 아내를 만난 이후로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10일 '2019 한국 이미지상'을 수상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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