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 들어온다'식 분식 통계로 밀어붙이는 '경제 마이웨이'

입력 2019.01.11 03:19 수정 2019.01.11 04:21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 마이웨이'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마이웨이를 가더라도 그 근거로 제시하는 통계나 지표들은 틀리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OECD의 2015년 기준 빈부 격차 순위에서 한국은 38개 회원국 가운데 23번째로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일본·영국·캐나다·이탈리아 등이 우리보다 격차가 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정부 들어 "가계소득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상위 20% 소득이 늘어 전체 평균은 올라갔지만 하위 40%의 소득은 감소했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진 것도 '실적'인가. 전체 평균 소득조차 세금 등을 뺀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작년 1~9월 중 1%가량 감소했다. 하위 60%층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12만~18만원 줄었다.

문 대통령은 "청년 고용률은 사상 최고"라고 했다. 15~29세 고용률은 작년 42.7%이지만 2000~2007년엔 43~45%였다. OECD 회원국 평균은 53.3%다. 강의실 전등 끄기 같은 세금 단기 알바를 빼면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22.7%로 통계 작성 후 최악이다. 문 대통령은 "상용직은 늘어났다"고 고용의 질이 좋아진 것처럼 말했다. 상용직은 지난해 34만여명 늘었지만 2006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낮았다. 상용직에는 비정규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하기 어렵다. 도리어 지난해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72만명 줄어든 반면 주 36시간 미만이 80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된 일자리는 감소하고, 단시간 근로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 회견을 보면 '거시 지표 견고'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 효과 90%' '제조업 물 들어온다'는 황당한 인식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참모들이 회견문을 읽어봤는지 의문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마차가 말을 끈다는 식으로 앞뒤가 바뀐 정책인데도 '그대로 간다'고 한다. 일자리 만든다고 세금 54조원을 쓰고 고용 참사가 일어나도 '마이웨이'다. 마이웨이를 가더라도 사실(事實)과 통계는 바르게 챙겨야 한다는 말밖엔 할 것이 없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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