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학 여학생은 성관계 쉽다’ 도 넘은 日 잡지

이다비 기자
입력 2019.01.10 15:29
일본에서 ‘성관계 갖기 쉬운 여자 대학생’이 다닌다는 대학의 순위를 매기고 이를 실명으로 실어 논란을 일으킨 주간 잡지가 학교와 독자의 항의가 잇따르자 9일 사과했다. 이번 일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본 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출판사 후소샤가 발행하는 ‘주간 SPA!’ 편집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주관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대학 이름을 공개해 독자의 기분을 상하게 해 사죄드린다"며 "‘친밀해지기 쉬운’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부분에 선정적인 단어(해당 기사엔 ‘성관계를 할 수 있는’이라고 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출판사 후소샤가 발행하는 주간지 ‘주간 SPA!’의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 특집호. /후소샤
이 잡지는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 특집호를 발간하면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여성과 데이트 하는 방법’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일본에서 성행 중인 ‘갸라노미(남자가 비용을 부담하며 데이트를 즐기는 음주 파티)’에서 여자를 유혹하는 법에 대해 쓰고 ‘쉽게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여학생이 다니는 대학’의 순위를 매긴 표를 실었다.

표에 포함된 대학은 지센여자대학·오쓰마여자대학·호세이대학·주오대학·페리스여학원대학 5곳이다. 일본의 남녀 매칭 앱 ‘하이퍼 에이트’가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선정했다. 이 앱은 "모 대학의 여학생은 요코하마 근처에 많이 사는데, 막차가 빨리 끊긴다" 등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이 기사가 공개되자 출판사에 각 대학과 독자의 항의가 잇따랐다. 판매 중단 요구도 이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NHK에 "대학 이름을 실명으로 올린 것뿐 아니라, 이런 기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 활동이 벌어졌다. 이달 4일부터 닷새간 약 4만명이 서명했다.

일본은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평을 받는다. CNN은 일본의 남녀평등 지수가 주요 7국(G7)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전했다.

여성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평론가 나카노 마도카는 NHK에 "아무리 흥미 위주의 기사라고 해도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대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인권을 생각하며 기사를 실어야 할 콘텐츠 제작자의 자질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 여성은 이런 기사를 불편하게 느껴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성폭력 당했다) 운동이 퍼지면서 일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사회가 변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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