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티켓 팔린 '라이온 킹'이 서울에 왔다

양승주 기자
입력 2019.01.10 03:01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 두 주역, 데이션 영&느세파 핏젱

"처음엔 객석이 조용해서 이상했어요. 다른 나라에선 중요 넘버나 장면이 끝나면 바로 반응이 왔거든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자 완전히 미쳐버리더군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대구에서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을 마친 소감을, '라피키'를 맡은 배우 느세파 핏젱(35·사진 오른쪽)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심바' 역의 데이션 영(36)도 거들었다. "완전히 몰입하다 마지막에 폭발한 거죠. 객석과 영혼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서울 관객들은 또 어떻게 다를까요?"

/남강호 기자

디즈니의 간판 뮤지컬 라이온 킹이 서울에 상륙했다. 아프리카의 평화로운 왕국 '프라이랜드'의 왕자로 태어난 사자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를 죽인 삼촌 '스카'를 물리치고 왕국을 되찾는 줄거리로, 1997년 초연 후 20여 국 9500만명 관객을 모으며 8조원 넘는 수익을 올린 역대 흥행 1위 뮤지컬이다. 디즈니는 공연 2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인터내셔널 투어를 조직해 필리핀·싱가포르에 이은 세 번째 국가로 한국을 찾았다. 앞서 대구에선 티켓 판매 첫날에만 2만8000여 석이 팔려나갔고, 9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서울 공연 역시 2월까지 일찌감치 매진됐다.

라피키와 심바는 라이온 킹을 이끄는 핵심 배역. 심바를 맡은 영은 2막에 처음 등장하는데, 아버지의 죽음 뒤 왕국을 떠났다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깨닫고 프라이랜드로 돌아간다. "심바의 여정은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줘요.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죠." 주술을 부리는 개코원숭이 라피키는 작품의 내레이터로 기린·코뿔소·코끼리 등 온갖 사바나 동물이 쏟아져 나오는 오프닝에서 대표 넘버인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을 부르며 존재감을 뽐낸다.

배우들은 가면이나 퍼펫(인형), 분장과 함께 각자 맡은 동물의 고유한 움직임을 표현하며 인간과 동물을 오간다. 이들은 "연습 첫 일주일 동안은 오직 거울만 보면서 각자 맡은 동물의 움직임을 몸에 익힌다"며 "처음엔 이상하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동작 없이 대사만 하는 게 더 어색할 정도"라며 웃었다. 영은 "갈기가 자라며 점차 왕의 위엄을 갖추는 심바 가면의 변화도 재미있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제작된 '라이온 킹'은 백인 중심 문화가 투영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바의 밝은 피부색과 황금색 갈기가 백인을 연상케 한다는 것. 그러나 뮤지컬 버전에선 잠잠해졌다. 적극적으로 흑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결과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핏젱은 현지 오디션에서 재수 끝에 합격해 8년간 라피키로 활동하고 있다. "첫 오디션 땐 솔직히 심각하지 않았고, 결국 떨어졌죠. 두 번째 오디션 때 제게 얼마나 이 작품이 간절한지 깨달았어요. 숨 쉬는 것도 잊고 '라피키 댄스'를 춘 끝에 합격했죠."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며 뮤지컬 '아이다' '헤어스프레이' 등에 출연한 영은 2007년 미국 투어에서 처음 심바로 발탁됐다. 그는 "엉덩이에 불이 나게 연습한 것"을 합격 비결로 꼽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라이온 킹만의 매력은 뭘까.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강점이죠.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선이 악을 물리치는 구조는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들은 "특히 사바나 초원과 동물 캐릭터들이 눈앞에 살아 숨 쉬듯 구현된다는 점은 뮤지컬만이 선사할 수 있는 감동"이라고 말했다. 3월 28일까지. 1577-3363


조선일보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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