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입김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9.01.10 03:09

입김

아주아주 추운 날엔
속삭여도 잘 보이지

따끈한 호빵같이
솔솔 피어나는 말꼬리.

그렇지
추운 날 말을 걸면
왜 정겨운지 알겠어.

―김용희(1956~ )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때다. 대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한, 대한 추위는 예로부터 악명 높다. 맘까지 움츠러들게 하니. 겨울은 춥기만 한 걸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정겨운 데도 있다. 말의 꼬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말도 꼬리가 있다고? 하얗게 피어오르는 입김이 말꼬리다. 미감(美感) 넘치는 표현이다. 말꼬리를 군침 도는 '따끈한 호빵'에 비유, 미감을 한층 더한다.

아주 추운 날은 말소리도 크게 안 나와 속삭이는 것처럼 된다. '그렇지/ 추운 날 말을 걸면/ 왜 정겨운지 알겠'다. 말꼬리는 속삭이기도 한다, 보얗게. 추울 때만 솔솔 피어나며 속삭인다. 정겹다. 호빵 모양의 말꼬리가 살짝살짝 눈짓해 주는 정겨움. 추운 날 이마를 마주하고 보얀 입김을 주고받으며 걸어가는 광경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다정한 한 폭의 겨울 풍경화다. 이 동시조가 품고 있는 정겨움이다.


조선일보 A30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