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신재민 고발은 違憲이다

최승현 정치부 차장
입력 2019.01.10 03:13
최승현 정치부 차장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적자 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제기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기재부는 고발을 취소하지 않고 있고, 여당은 '신 전 사무관을 공익 제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공직에 있으면서 그런 불이익을 감내할 때 공익 제보자라고 하는데 신재민씨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퇴직한 사람이 몇 달이나 지나서 자기 조직에 관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보통 '양아치 짓'이라고 한다"는 한 역사학자의 글을 자기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부터 틀린다. '공익 신고자 보호법' 2조 7항에 따르면 '내부 공익 신고자'는 피신고자인 공공기관, 기업, 법인, 단체 등에 소속돼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자라고 돼 있다. 현직(現職)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이들의 주장은 '가짜 뉴스'다.

무엇보다 이런 논쟁은 그 자체로 매우 지엽적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그중 핵심 개념은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양심 실현의 자유'다. 신 전 사무관이 유서 형태로 남긴 글에는 '제 폭로는 일을 하면서 느꼈던 (국민에 대한) 부채 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선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절망하고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가담하거나 지켜본 부서의 행태를 보며 가책을 느껴 공무원을 그만둔 뒤, 6개월여간 번민(煩悶)의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를 '폐인(廢人)'으로 방치했다는 그의 폭로는 양심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1997년 판결문에서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물론 이런 헌법상 권리 행사에는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 헌법 37조 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상식적으로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욕(私慾)과 무관해 보이는 그의 주장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헌법학계 석학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신 전 사무관에 대한 정부의 고발은 위헌(違憲)이고, 그의 주장에 대한 여권의 비난은 위헌적이다."



조선일보 A30면
조선일보 구독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