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도 아니면서… 민노총 1년치 파업 예고

이기훈 기자
입력 2019.01.09 03:01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등 내세워 4차례 파업 시기까지 못박아
당장 내달엔 노동법 저지 총파업

지난해 말 전체 조합원의 10%만 참여한 '총파업'을 벌여 체면을 구겼던 민주노총이 올해는 일 년간 네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시기도 다음 달과 4월, 6~7월, 11~12월이라고 못 박았다. 민노총은 "촛불 항쟁 세력의 연대를 확장해 재벌·재벌 특혜·수구보수 세력 동맹을 무력화하겠다"며 총파업 계획을 담은 '2019년 사업계획' 초안을 지난 4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민노총은 이 안을 오는 17일 최종 확정해 이달 28일에 열리는 정기 대의원대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민노총은 총파업을 벌이는 이유로 ▲재벌 개혁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사회 안전망 확대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들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총파업이 시작된다. 명분은 국회에서 논의할 '탄력근로제(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제도)' 등 노동 관련 법안 처리다. 이 법안들은 주(週) 52시간제 보완책으로 현재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경사노위가 이달까지 안(案)을 확정하면 여야는 다음 달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탄력 근로제 기간 확대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유연화 개악 입법이 유력하다"고 했다. 노사정이 합의해 성과물이 나오면 총파업으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민노총은 4월에도 '노동 관련 입법 저지'를 명분으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민노총은 "4월 임시국회에서 개혁 입법은 지연되고 개악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과 사회안전망 개혁조치 입법이 완수되지 않고, 일방적인 개악 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6~7월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 진행되는 것에 맞춰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목표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비정규직 철폐' 등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높이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어 11~12월에는 이른바 '촛불 3주기'를 기념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민노총은 "촛불 항쟁 3주년과 연계해 한국 사회의 개혁 과제를 총력 제기하기 위해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민노총이 연초부터 총파업을 언급하는 게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특별한 쟁점이 없어도 내부 결속 등을 다지기 위해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다. 다만 올해는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초에 발표한 '2018년 사업 계획'에는 '총파업'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투쟁' '대응' 같은 표현을 썼다. 그러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논의가 진행되자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연초부터 '총파업' 계획표를 공개하며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같은 친(親)노동 정책에 대해 '속도 조절' 의사를 밝히자 노동계가 '총파업 연간 일정표'를 내세우며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노동계는 선거가 없는 올해가 친노동 공약을 받아낼 마지막 해라고 여겨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며 "단, 노동계 전체가 총파업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설득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A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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