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담백하지만 뭉클한 '개들의 반란'

황지윤 기자
입력 2019.01.09 03:01

[언더독]
동양화 같은 배경… 개의 입 빌려 현실 비판도

담백하고 따뜻하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은 기교를 부리지 않은 소박함이 미덕인 영화다.

최근 화제가 된 동물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보다 뻔하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만큼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날카롭지도, 웨스 앤더슨 감독의 '개들의 섬'(2018)만큼 위트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익숙한 서사에서 오는 잔잔한 감동이 나쁘지 않다.

뭉치와 밤이를 비롯한 떠돌이 개들은 살던 아지트가 철거되자“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겠다”고 나선다. /이노기획
'마당을 나온 암탉'(2011)으로 이름을 알린 오성윤 감독과 당시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았던 이춘백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영화 배경을 2D로 작업해 동양화 같은 느낌을 살렸다. '스윙키즈'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배우 도경수와 박소담·박철민 등이 목소리 녹음에 참여했다.

어느 날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 뭉치(도경수)는 떠돌이 개들과 만나 철거를 앞둔 아현동 재개발 주택에 숨어 지낸다. 이들은 개 사냥꾼(이준혁)을 피해 추어탕 집에서 재롱을 피우는 등 '앵벌이'를 하며 먹을거리를 구한다. 그러다 뭉치는 산에서 자유롭게 사는 들개 밤이(박소담)를 만나면서 '진정한 자유'를 꿈꾸기 시작한다.

스토리는 특별할 게 없다. 버려진 개들이 시련을 겪다가 함께 꿈꾸던 곳에 당도한다는 예측 가능한 전개다. 하지만 배경으로 나온 산의 굴곡이나 재개발 지구의 풍경 등 한국적 작화가 스토리와 잘 어우러져 예견된 감동 포인트에서 오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한국적 작화는 영화와 현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지금 우리네 현실로 읽히는 이유다.

비유가 너무 노골적인 지점은 아쉽다. 영어 언더독(underdog)은 약자(弱者)를 의미한다. 제목부터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또렷하다. 이춘백 감독은 "사회적 약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개들이 꿈꾸던 종착지가 비무장지대(DMZ)인 것을 두고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6~7년 전 시나리오 작업을 할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A21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