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트 반도체'와 '삼성전자 이후' 무엇이 있나

입력 2019.01.09 03:19
전체 수출의 14%, 코스피 시가총액의 1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 앞 분기보다는 39% 감소했다. 매출도 10% 줄었다. 고성장세가 2년여 만에 꺾였다. 이익 감소는 대부분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이미 중국세에 따라잡혀 시장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반도체 한 품목에 의존해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4분기 중 삼성의 반도체 부문 이익은 앞 분기보다 4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반도체 경기는 앞으로도 하락할 전망이다. LG전자도 4분기 영업이익이 89%나 줄어들었다. 안 그래도 주력 산업이 퇴조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IT·반도체 실적 악화가 겹칠 조짐이다.

그동안 우리는 '삼성전자 착시(錯視)'에 취해 경제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수출 호조도, 기업 실적 증가세도 사실은 삼성전자 한 기업과 반도체 한 품목의 호황 덕분이었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의 38%를 차지하고, 전체 법인세의 6.4%를 부담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빼면 수출도, 기업 이익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바뀔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국가 경제가 이토록 한 기업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삼성전자에 필적할 새로운 성장 산업과 미래 분야를 육성했어야 했지만 실패했다. 조선업·자동차·디스플레이 산업이 내리막길이다. 철강·석유화학 등도 정체 기미다. 인공지능·자율주행차·드론 같은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삼성전자 이후'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지가 현실적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IT쇼 'CES'는 미국·중국의 독무대로 진행되고 있다. 참가 기업 4500곳 중 두 나라 기업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1200여개 기업이 참가한 중국은 미국에 필적하는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참가 기업은 338개뿐이다.

미국·일본·독일 등 모든 선진국이 전략적 산업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제조업 2025' 구상을 내건 중국이 인공지능·반도체 등의 첨단 산업 굴기에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제동을 거는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 전쟁이 숨 가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이렇다 할 산업 정책과 미래 먹거리 전략을 갖지 않은 나라는 우리뿐일 것이다. 지금 누가 '삼성전자 이후'와 '반도체 이후'를 고민하고 있나.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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