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강제 복직'과 '패자부활전'

이위재 산업1부 차장
입력 2019.01.07 03:13 수정 2019.01.07 09:37
이위재 산업1부 차장

쌍용자동차 해고자 71명이 지난해 마지막 날 복직했다. 2009년 정리해고된 지 9년 만이다. 48명이 추가로 올 상반기 돌아온다. 9년 만에 다시 찾은 일터 앞에서 껴안고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는 그들의 표정은 뭉클했다. 이들이 9년간 겪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과 교수의 연구를 보면 쌍용차 해고자 중 50.5%가'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했다. 이라크 걸프전에서 전투에 참가한 군인 중 PTSD 증세를 보인 비율(22%)보다 더 높았다. 해고자 중 30명이 스스로 또는 병마(病魔)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해고자들은 그 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일용직, 용역, 트럭 장사, 보험 판매를 전전하며 벼랑 끝에서 근근이 버텨왔다.

9년 전 당시 쌍용차 공장은 정리해고 반대 파업 시위로 전쟁터 같았다. 한 후배가 불법 폭력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를 비난하길래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처지에 뭔들 못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그 후배는 "그거야 자기 팔자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팔자인 세상이 돼선 곤란하다. 이런 이들이 '패자부활전'에 나서서 다시 번듯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과 고용 환경을 갖춰 주는 게 정부와 사회가 할 일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선동이 박수받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쌍용차 해고자 복직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국내에서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쏟아지는 정리해고자는 매년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1만 명 넘는 노동자가 해고됐거나 해고될 예정이며,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만 2000여 명이 실직했다. 더욱이 쌍용차 해고자 문제는 논란은 있어도 대법원 판결로 종결된 사안이다. 회사엔 복직시킬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설득했다. 대통령이 쌍용차 대주주(인도) 회장에게 직접 부탁까지 했다.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이의(異議)신청하는 규모는 국내에서 매년 1만 건이 넘는다. 모르긴 해도 쌍용차 해고자만큼 억울한 사연이 다 있을 텐데 그때마다 정부가 나서야 할까.

이번 해고자 복직 자리를 마련하느라 쌍용차는 신규 채용까지 일시 중단했다. 청년실업난 해소를 외치는 정부로선 머쓱한 일이다. 쌍용차는 2017년에 653억원, 지난해에는 1~3분기에만 60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경영 사정도 좋지 않다.

그런 쌍용차가 이번 복직자처럼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견 직원을 대거 받아들일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선지 쌍용차는 정부에 복직자 월급 일부 보전과 신규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이 이런 식의 '강제 복직'은 아닐 텐데. 이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있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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