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대통령의 '혼밥'

황대진 정치부 차장
입력 2019.01.07 03:14
황대진 정치부 차장

지난달 27일 청와대에 들어간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었다. "혼밥하시우?" 문 대통령은 "껄껄걸" 웃었다. 이어 문 의장은 이달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불통즉통(不通則痛)."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저변 민심은 경제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커졌다. 이럴 때일수록 소통이 중요하다"며 한 말이다.

문희상 의장은 노무현 정부의 첫 번째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을 부하 직원으로 데리고 일했다. 청와대의 생리, 문재인 개인에 대해 알 만큼 안다는 얘기다. 문 의장이 이런 말을 했을 때는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혼밥' 얘기는 그와 가까운 함세웅 신부 입에서도 나왔다.

이 정부는 대통령 일정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 일정이 나와 있다. 2018년 1년치를 분석해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통 오전 9시 10~15분 사이 임종석 비서실장 등으로부터 '일일현안보고'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한 해 총 935회의 보고를 받았다. 하루 평균 2.5회꼴이다. 이 중 내각 보고는 115회다. 나머지 대부분은 청와대 참모진 보고다. 매주 월요일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한다. 작년에 28회를 했다. 해외 순방 등을 제외하면 가급적 거르지 않았다. 이를 포함해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조찬 1회, 오찬 73회, 만찬 22회를 한 것으로 돼 있다. 정상회담 오·만찬 등 외교 일정과 총리 주례회동을 제외하면 국내 인사들과의 식사는 조찬 1회, 오찬 25회, 만찬 2회다. 1년 365일, 1095끼니 중 문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위해 할애한 것이 총 28회다.

문 대통령은 평소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로 점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에서 배달해 온 음식을 혼자 들거나 참모들과 약식 회의를 겸해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달 7일 '12시 여민관 소회의실 일일현안보고(비서실, 정책실, 안보실)' 같은 일정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참모들과의 식사는 '그 나물에 그 밥'을 드시는 것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저녁에도 약속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며 "보고서를 들고 관저로 돌아가 혼자 저녁을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은 대통령의 '혼밥'을 부인한다. 비공개 오·만찬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그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대통령에게 누구 좀 만나보시라고 권하면 "만나면 (상황이) 달라지느냐"는 물음이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달라진다면 언제든 만나겠다'는 뜻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만나야' 뭔가가 달라진다.

대통령이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시간이다. 반면 다른 사람과 만나는 시간은 '거래'의 시간이다.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의 '거래자'여야 한다. 야당은 물론, 노조, 시민단체 등 수많은 이익집단과 줄다리기하며 나라를 운영한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성공한 거래 경험이 있다. 가까이는 '김용균법' 처리를 위해 조국 수석을 국회로 보냈다. 아무 연관성도, 원칙도 없는 거래였지만 야당의 무력함으로 인해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를 했다. 2012년 대통령 후보직을 걸고 안철수 후보와 벌인 양자 담판도 그의 오늘을 만든 성공한 거래였다. 문 의장 말처럼 반환점을 도는 집권 3년 차엔 만남과 소통이 중요하다. 올해에는 국민을 위해 좀 더 좋은 거래들이 풍성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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