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시민단체들의 이중성

이준우 경제부 기자
입력 2019.01.04 03:14
이준우 경제부 기자

3일 오전 인터넷과 TV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재민 전(前)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자살 시도는 다행히 실패로 끝났다. 많은 카메라 앞에서도 웃음을 보였던 내부 고발자가 왜 하루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전 고려대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강요나 외압으로 죽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전 직장인 기재부의 검찰 고발이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된 게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떳떳한 사람도 검찰 조사 앞에서는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자신을 고발한 주체가 거대 국가권력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오전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검찰 고발 이야기를 듣고 멘털이 무너졌다"고 수차례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는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는 받고 싶다. 신재민이 고발당해 사회적으로 안 좋게 되면 어느 누가 용기를 내겠나"고 했다. 자신과 같은 내부 고발자가 잘살아야 '제2의 신재민'이 나오고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이었지만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로 들렸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그동안 '공익 제보자 보호'를 소리 높여 외쳐 온 시민단체(NGO)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평 한 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단체들은 작은 사건이라도 내부 고발자가 해고 등 피해를 당하면 앞장서서 이를 비판하거나 때론 검찰 고발까지 대신해줬다. 그렇게 '착한 사마리아인'을 자처해온 이들이 이번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몇몇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이 정도를 공익적인 고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변호를 부탁받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들은 "민변인 것을 공개하면 변호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변은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 개별 회원에게 문의했을 수는 있다"고 밝혔으나 이들도 침묵한 건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가 지난 정권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박근혜 정부의 기재부가 또 다른 신재민을 고발했어도 지켜보기만 했을까. 과거 행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참여연대는 매년 공익 제보자를 선정해 '의인상(義人賞)'을 시상한다. 지난해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보한 김종백씨와 박근혜 정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이탄희 판사 등이 받았다. 그전 해엔 최순실 국정 농단을 폭로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수상자였다.

지난해 민변은 '귀순 북한 종업원들은 정부에 의해 납치당한 것'이라며 단체 이름을 내걸고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고발했었다. 이들이 '공공의 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들이 '도와주고 싶은' 시민의 자격이 따로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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