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적 지원 목적, 北여행 허용 검토"

윤형준 기자
입력 2018.12.20 03:25

한국 온 비건 대북특별대표 밝혀… 北 협상장으로 이끌 유화책 해석
내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철도 연결 등 제재 면제 논의 예상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 "미국민이 지원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지원)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인도적 지원 목적'의 경우에 한해 미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북 협상 교착화 국면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유인책을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비건 대표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다음 주에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이나 종교 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건 대표는 "이번 주 이도훈 대사(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와 만나 한반도를 분단시킨 70년의 적대감을 넘는 데 북한을 어떻게 참여하게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한 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비건 대표는 평소 방한 시 공개 발언을 삼갔지만, 이날은 취재진 앞에서 미리 정리한 문건을 읽었다. 그는 "두 달 전 미국 국민이 북한에 불법 입국해 억류됐는데 북한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신속하고도 신중하게 추방을 진행했다"며 "미 정부는 북한을 여행하는 미 국민의 안전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도 했다.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긍정 평가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사실상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을 향한 '당근'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대북 실무 협상을 담당하는 비건 대표는 정작 지난 8월 말 임명된 이후 북한 측과 '실무 대화'를 가진 적이 없다. 매번 북한 측이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또 "북한에서 활동하는 많은 인도적 지원 단체가 엄격한 대북 제재로 인해 적절한 지원이 종종 지연된다고 우려하는 걸 알고 있다"며 "내년 초 미국의 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지원을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특히 이번 겨울에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인도적 지원' 목적의 경우, 대북 제재 예외 조치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는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그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과 감시를 위한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북에 흘러간 물품이 본래 목적인 인도적 지원에 사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20일), 워킹그룹 회의(21일) 등을 연이어 소화한다.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비롯해 이산가족 화상상봉,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항공로 신설 등에 대한 제재 면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A6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