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훈련·국방비 이어… 지휘관 회의까지 트집잡는 北

양승식 기자
입력 2018.12.17 03:00

군사합의 들먹이며 "평화에 역행"… 통상적인 활동까지 시비걸어
정부·軍은 北 비난에도 묵묵부답

북한이 16일 우리 군의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 회의는 국방부 장관 주관하에 연(年) 두 차례 열리는 우리 군의 통상 회의다. 최근 북한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빌미로 우리 군의 일거수일투족을 "합의 위반"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군사 분야 합의 이행으로 인한 대비 태세 약화는 없다"고 해왔지만, 북한은 사사건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군사합의가 군 관련 활동에 족쇄가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군사적 대결을 고취하는 구태의연한 처사'라는 제목의 정세 해설을 통해 지난 5일 열린 우리 군의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 대해 "남조선 군부가 북남 관계 개선 흐름에 역행하며 군사적 대결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회의에서) 호전적 발언이 나왔다"며 "조선 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번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이에 역행해 나서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것은 회의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모두 발언이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 안보 전략의 두 축은 평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강한 국방력"이라며 "우리 군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국가 정책과 정부의 노력을 힘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군 활동에 대한 북한 매체의 각종 트집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우리 국방 예산이 전년 대비 8.2% 늘어난 것에 대해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했다. 우리 군이 최신형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등의 도입을 결정하자 "북남 관계 개선 분위기에 배치되게 해외로부터의 군사 장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한·미 연합 해병대 훈련 '케이멥(KMEP)' 실시에 대해서도 "조선 반도 전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 관계 해소를 확약한 북남 사이의 군사 분야 합의서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에 대한 북한의 무차별 비난은 9·19 군사합의의 독소 조항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군사합의 1조 1항에는 "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예비역 장성 A씨는 "북이 우리 군의 통상적·기본적 활동까지 옥죄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며 "한마디로 우리 군은 숨만 쉬고 있으란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이나 정부 당국의 공식 대응은 전무하다. 군은 잇따른 북한의 비난에도 묵묵부답하다가 공식 브리핑에서 지적이 나오면 그제야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수세적 대응만 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군사공동위나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트집이 합의된 사항을 넘어선다는 걸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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