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장례식에 모인 美 역대 대통령들...불편한 만남

이경민 기자
입력 2018.12.06 11:26 수정 2018.12.06 11:46
5일(현지 시각) 치러진 ‘아버지 부시’ 조지 허버트 워커(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과 한 자리에 나란히 앉는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으며 그들과의 만남을 피해왔던 터라 장례식 내내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2018년 12월 5일 미국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전직 대통령 부부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그래픽=송윤혜
이날 동부시각 오전 11시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 맨 앞줄에는 전·현직 대통령들과 부인들이 착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먼저 도착해 나란히 앉았다. 3명의 대통령 모두 민주당 출신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입장하면서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멜라니아 여사는 먼저 착석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클린턴 전 대통령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 뒤 힐러리 전 국무장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악수를 나눈 뒤 손을 거뒀다. 나머지 전 대통령들과는 악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불편한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2016년 미국 대선에서 3명의 전임 대통령들과 그의 가족들을 맹렬하게 비난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는 대선 후보로 경쟁하며 온갖 모욕적인 발언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꾸준히 비판해온 카터 전 대통령과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94세의 나이로 생존한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연로한 카터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진실에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공화당이라는 점도 자리를 어색하게 만든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공화당 출신의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전·현직 대통령들과 악수를 나누며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 사탕을 건넨 장면과 상당히 대조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 대한 온갖 비난을 퍼부으며 전직 대통령들 사이에서 이어져온 우애와 친목의 전통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직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를 피했으며,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착석하는 모습/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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