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교통법처럼… 눈밭에도 '지켜야할 에티켓' 있어요

송원형 기자
입력 2018.12.06 03:28

[스키, 안전하게 탑시다] [下]

2014년 1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A군은 아버지, 사촌들과 함께 강원도 한 스키장을 찾았다. A군은 스키 초보였지만, 스키를 잘 타는 일행들을 따라 중급자 슬로프로 갔다. 'S'자로 천천히 내려와야 하지만, A군은 직선으로 빠르게 내려왔고 앞서 가던 초등학교 1학년 B군을 들이받았다. 오른 다리뼈 골절상을 당한 B군의 부모가 소송을 냈고, A군 부모는 "B군이 좌우로 움직이다 부딪혔다"며 맞섰다. 작년 3월 법원은 "스키장에서 앞선 사람의 움직임을 살피고 예측해 비켜야 할 책임은 뒷사람에게 있다. A군 부모는 자녀에게 무리한 코스를 타게 한 책임이 있다"며 8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스키 에티켓은 곧 '교통법'

스키를 타다 피하거나 멈출 수 없으면 슬로프로 가면 안 된다. 스키장에서 앞선 사람이 항상 우선이고, 뒤에 있는 스키어는 앞 스키어를 피해야 한다. 다른 슬로프로 들어갈 땐 위에서 먼저 내려오는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스키장에선 이런 기본적인 원칙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는 스키를 처음 배울 때부터 남을 배려해야 안전하게 탈 수 있다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충돌 위험이 있으면 뒷사람이 먼저 스스로 넘어져 사고를 예방한다. 전문가들은 도로에서 차를 운전할 때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슬로프에서 스키를 탈 때도 에티켓을 법처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 60세 이상 스키 동호인 클럽 '오파스(OPAS)'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은 "최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스키장에 갔더니 슬로프에서 앞사람이 출발하고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음 사람이 내려갔다. 리프트 등 각종 시설을 이용할 때도 타인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배 있었다"며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려고 서두르는 국내 스키장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패트롤은 '콜택시'가 아닙니다

스키장에선 구조요원인 스키 패트롤을 우스갯소리로 '콜택시'라고 한다. 스키 초보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거나 과신해서 친구 따라 어려운 슬로프로 갔다가 내려오지 못해 결국 중간에 패트롤을 불러 부상자용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패트롤이 하루에 열 번 이상 '콜택시'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문제는 안전사고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패트롤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정용 대명비발디파크 스키 패트롤 팀장은 "친구들과 함께 스키장에 오는 이용객들이 많은데, 교육이 필요한 스키 초보자들도 '스키는 원래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나 따라오면 돼'라는 친구 말을 듣고 곧바로 중급자 슬로프로 간다"며 "항상 부상 위험이 있는 스키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스키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소리를 지르거나 손을 흔들어 곳곳에 배치된 패트롤에게 알려야 한다. 부상자를 돕는다고 멋대로 조치했다간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변에 패트롤이 보이지 않으면, 주변에 적힌 비상 연락처를 통해 빨리 연락해 사고 구간을 알려줘야 한다.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부상자 주변 안전 확보를 하고, 목격자를 찾아야 한다. 최근 스키장 사고 관련 민사소송이 늘고 있는데, 사고 전후 정확한 상황을 아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사고 책임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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