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돈줄 마른 美 벤처 '편법 장악'… 보잉에 첨단위성까지 주문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8.12.06 03:11

WSJ '中, 美 군사기밀 접근' 보도
中, 영국 투자로 둔갑해 법망 회피… 고출력 원격위성 손에 넣기 직전

위성 엔지니어 에밀 유세프자데와 경영전문가 우마르 자베드는 2008년 미국 LA에 벤처기업 '글로벌IP'를 창업했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아프리카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선뜻 큰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자금이 절박했던 두 사람에게 구원의 손길 같은 이메일 한 통이 온 것은 창업 7년째인 2015년 7월이었다. 차이나 오리엔트라는 중국 펀드였다. "위성 제작과 발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겠으니 중국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좋은 조건이어서 믿기 힘들 정도였다.

공동 창업자인 자베드가 중국으로 날아갔다. 베이징 자금성 인근 모처에서 이뤄진 미팅에는 차이나 오리엔트 회장 말고도 겅즈위앤이라는 백발노인도 등장했다. 겅즈위앤은 시진핑 주석과도 친구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글로벌IP는 지분 참여를 통한 안정적인 투자를 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공위성 관련 기업에 중국 자본이 다수 지분을 보유하는 건 불법이었다. 차이나 오리엔트는 편법을 동원했다. 먼저 조세회피지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홍콩 국적자를 내세워 브론즈링크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회사를 통해 브론즈링크에 2억달러를 대줬다. 브론즈링크는 글로벌IP 지분 75%를 확보했고, 글로벌IP는 그 돈으로 보잉사에 위성을 주문했다. 보잉은 미군이 사용하는 고출력 원격 위성통신 기술의 선두주자다. 보잉을 택한 건 차이나 오리엔트의 뜻이었다. 미국은 인공위성 및 관련 기술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조세회피지를 통한 우회투자로 '차이나 머니' 꼬리표를 감춘 것이다.

차이나 오리엔트와 창업자들의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차이나 오리엔트가 임명한 글로벌IP 이사들은 보잉의 설계도를 보여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했고, 위성의 기술 원리를 담은 계약 세부 내용도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IP 창업자들은 결국 지난해 회사를 떠났고, 차이나 오리엔트를 상대로 "속임수로 미국산 위성 프로젝트를 장악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전말을 전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차이나 오리엔트는 중국 재정부 소유로 중국 군사기술에 대한 재정 지원이 주목적"이라며 "중국 국영펀드가 편법으로 미국 위성 벤처기업을 장악한 뒤 미국산 인공위성을 곧 손에 넣을 위기 상황"이라고 전했다. 글로벌IP 창업자들의 폭로에도 보잉사가 제작 중인 인공위성은 제작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 WSJ는 "글로벌IP가 보잉에 주문한 인공위성을 중국 정부나 군대가 사용하거나 분해해서 기술 원리를 분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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