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이를 거야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8.12.06 03:08

이를 거야

1학년 됐는데
이도 안 닦고
김치도 안 먹고
양말 벗어 아무 데나 던지고
너, 선생님한테 이를 거야.

엄마는
자꾸만 겁준다.

1학년 됐는데
또 군것질이니?
동생은 왜 때려?
선생님한테 혼내 주라고 할 거야.

야단치는 엄마에게
1학년답게 말했다.

고자질은 나쁘대
자꾸 그러면
선생님한테 이를 거야
엄마 혼내 주라고 할 거야.

―정진아(1965~ )

엄마가 잔소리하며 선생님한테 일러 혼내 주겠다는 말에 어린이도 폭발, 자기 방어벽을 친다. '고자질은 나쁘대' 엄마에게 일침을 가하고, '선생님한테 이를 거'라고 옐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맞고소를 한 것이다, 하하. 잘했어. 어린이 손을 번쩍 들어 줘도 좋겠다. 고자질은 나쁘니.

고자질은 어른이 더 잘하지. 어른은 자신이 욕먹을 일을 하면서도 남 욕을 예사로 한다. 그런 어른을 꾸짖은 거다. '고자질은 나쁘대.' 어린이의 꾸짖음에 통쾌함이 전류처럼 흐른다. 1학년다운 말씨에 쿡 웃음도 나온다. 이 천진한 모습! 꼭 꼬집어 주고 싶다. 엄마의 잔소리에 신경질 났던 시도 정갈한 동심에 그만 마음이 가라앉는다.


조선일보 A38면
조선일보 구독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