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내년에 '경제 自害극' 또 벌어진다

김태근 경제부 차장
입력 2018.12.06 03:14

2년 연속 최저임금 급격 인상 밀어붙인 현 정권 핵심부에 直言 또는 제동 걸 인사 全無해
고용·빈부 격차 더 악화될 듯

김태근 경제부 차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 실세(實勢)들 입에서 요즘 "성과를 내자"는 말이 쏟아진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서 성과를 내자는 걸까.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심하니 반대 여론을 받아들여 속도 조절하고 친(親)시장적 규제 개혁을 하자는 말일까.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물었더니 "전혀 아니다"라는 대답이 왔다. '비판이 거센 소득 주도 성장은 놓고 공정 경제 쪽을 밀어붙이자'는 얘기라는 것이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유일하게 직접 주재한 경제 회의 주제가 '공정 경제 전략'이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최근 "신문만 보면 '기-승-전-기업 기 살리기'를 요구하는 게 개탄스럽다"고 질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재벌 총수들의 전횡을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자는 대의(大義)는 좋다. 문제는 속도와 시기다. 재벌들이야 그렇다 쳐도 경기 침체 국면에 생존을 고민하는 중소·중견기업들에 정부가 숙제만 하나 더 떠안기는 꼴이다. 고용 참사와 빈부 격차 악화라는 엄청난 부작용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2년 연속 밀어붙인 정권이 이번엔 또 얼마나 우악스러울까. 내년 우리 경제에 '자해(自害)극 2라운드'가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내부에서 누군가 소신껏 반대 의견을 내야 한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 좋은 결과를 내려면 경제 현실에 밝은 이들이 바른말을 해서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과거에는 소신파 공무원들이 그 악역을 맡았다. 현 정부에서 그에 근접한 인물은 포용 성장론을 처음 들고나온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그가 직언(直言)하고, 그 말이 먹힌다면 정책 균형은 어느 정도 잡힐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조선·자동차 업종이 회복세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고 한 것은 이런 기대와는 한참 어긋난다. 경제수석실이 만든 그 보고서는 기업의 아픈 현실을 왜곡해 대통령의 안이한 경제 인식을 부추겼다. 직언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 경제부총리는 청와대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엊그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청문회는 그가 '명령에 충실한 야전사령관'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청와대 바지사장'이라는 의원들의 질타에도 그의 답변은 대부분 청와대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내년까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부작용에 대한 보완도 지금까지 정부가 냈던 것에서 한 발도 더 못 나갔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는 보였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세부안은 모호했다. 선배 공무원들 사이에선 그를 부총리감으로 눈여겨봤다는 이가 드물다. 그나마 그를 좋게 본다는 전직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렇게 말했다. "그 엄청난 추진력으로 규제 개혁에 매달린다면, 거시와 국제 경제 흐름에 어두운 약점을 딛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수일 내 자리를 뜬다. 공무원들의 대표 격으로 임기 내내 청와대 실세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그는 양측 모두에서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모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그를 겨냥해 "경제를 걱정하기보다 자기 정치를 한 사람"이라고 했다. 공무원들은 '부총리가 일은 무지막지하게 시키면서 청와대의 독주(獨走)에 밀려 정책 실패에 따른 비난만 함께 뒤집어썼다'며 입이 나와 있다. 시중에 떠도는 말처럼 그가 기회주의적인 야심가인지, 무리한 정책에 저항한 소신파였는지는 시간이 판명해 줄 것이다. 그래도 실세들과 부딪칠 때마다 먼저 간 아들 묘를 남몰래 찾아 전의(戰意)를 불태웠던 그 결기는 아쉬울 것 같다. 또 다른 '경제 자해극'이 코앞인데, 2기 경제팀에는 쓴소리할 사람조차 안 보인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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