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론은 기업 압박 투자 강요, 희한한 '광주형 일자리'

입력 2018.12.06 03:20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합의로 타결 직전까지 갔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막판에 노동계에 발목을 잡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광주시는 그제 광주 완성차 공장에 현대차가 530억원을 투자하되 35만대 생산을 달성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하는 내용의 투자 협약안에 대해 현대차와 잠정 합의했다. 임금 등 단체협약 내용을 5년간 고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1만명 안팎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많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광주시와 노동계가 이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었다. 노동계가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문제 삼아 반발하자, 광주시가 5일 이 부분을 뺀 수정안 세 가지를 현대차에 제시하며 택일을 요구했다. 광주시는 현대차 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6일 투자 협약 조인식을 갖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무슨 이런 투자 유치 협상이 있나. 이것은 투자 요청이 아니라 기업 협박이다.

노동계는 단협 5년 유예가 법 위반이라고 한다. 억지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단협은 2년 이내에는 하도록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2년마다 모든 조항을 고치라는 게 법의 취지는 아니다. 그래서 실제 단협 협상도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주 44시간 근무, 물가를 고려한 임금 인상 등 당초 잠정 합의한 내용은 노동계가 지역 청년들 일자리를 만들 의사만 있으면 얼마든지 유예가 가능하다.

올 3월 '노사 상생 모델'이라며 주 44시간 근무, 단체협약 5년 유예 같은 안을 만들어 현대차에 투자를 요청한 게 광주시였다. 현대차는 이렇게만 되면 고액 연봉을 받는 강성 귀족 노조의 파업 같은 노조 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협상 권한을 위임했던 노동계는 정작 합의안이 나오자 뒤늦게 판을 깨고, 광주시는 노조 편에 섰다. 결론은 기업 팔 비틀기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한한 투자 유치 협상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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