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 파묵을 따라 떠난 ‘가보지 않은’ 여행기

김은영 기자
입력 2018.12.05 06:00
가보지 않은 여행기
정숭호 지음 | HMG퍼블리싱 | 304쪽 | 1만3000원

"아직 그곳에 그들의 숨결과 손길이 남아 있을까? 변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늦더라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

‘가보지 않은 여행기’는 칼럼니스트 정숭호의 이런 상상으로 시작됐다. 여행의 대가이자 여행기의 대가였던 카잔차키스처럼, 눈을 감고 ‘상상의 촉수’를 뻗쳐 오대양 육대주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비행기 대신 구글 지도와 네이버, 다음카카오의 여행 블로그와 여행 카페를 타고서.

책에 등장하는 스무 곳의 여행지는 저자가 책을 읽다가 ‘한번 가봤으면’ 하고 마음먹은 곳이다. 예를 들어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속 이탈리아 베니스 주테카 섬과 위고의 ‘웃는 남자’ 속 영국 왕실령 채널 군도의 건지섬,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속 체코 아우스터리츠와 러시아 보론디노를 찾는 식이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칼럼을 쓰기 위해, 내 영혼이 더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어온 책들에서 찾아낸, 꼭 가보고 싶은 곳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소개가 들어있다.

각각의 장소를 탐험하게 된 이유도 흥미롭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을 읽으면서는 "괴테는 왜 달밤에 두 명의 사공이 노를 젓는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 운하 건너 주데카로 갔는가"를 탐색했으며,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에서는 "왜 조국 프랑스가 아닌 영국 왕실령 건지 섬에서 필생의 작품인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와 같은 대작을 쓰게 됐는지를 살핀다.

여행지와 저자 자신이 경험한 사적인 장소를 병치시키는 장면도 재미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안드레이 공작의 눈에 비친 아우스터리츠의 하늘은 저자가 기자 활동을 하던 1980년 5월, 서울의 봄 시위를 취재하다 경찰의 곤봉의 머리를 맞고 쓰러졌을 때 봤던 서울의 하늘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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