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단숨에 무너뜨린 SNS 수사대, ‘다이어트프라다’는 누구?

김은영 기자
입력 2018.12.04 10:00
돌체앤가바나 인종차별 고발해, 중국 시장 퇴출 위기
디자인 도용·문화 차별 알려 명성 얻은 인스타그램 계정
카피 고발로 명품 ‘망신 ’주는 ‘패션 경찰관’으로 명성…뷰티·미술 모방 계정도 등장해

젓가락질이 서툰 중국인 모델을 등장시켜 중국 비하 논란을 산 돌체앤가바나의 상하이 패션쇼 광고(왼쪽)와 스테파노 가바나의 중국인 비하 대화를 공개한 다이어트프라다 인스타그램./다이어트프라다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명품 돌체앤가바나가 중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1일 상하이 패션쇼를 앞두고 낸 홍보 영상이 중국 문화를 비하한다는 비난을 받은 데 이어, 패션쇼 당일 브랜드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테파노 가바나가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이용자와 논쟁을 벌이다 중국인을 "무식하고 더럽고 악취 나는 마피아들"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공개된 것이 이유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패션쇼가 취소되고 중국 내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매장엔 브랜드를 조롱하는 포스터가 뒤덮였고, T몰, JD닷컴, 네타포르테 중국 등 온라인 매장에서도 철수가 뒤따랐다. 23일 돌체앤가바나 창업자들이 중국어로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는 영상을 올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중국에서 거뒀던 돌체앤가바나는 매출 반 토막은 물론, 가장 큰 럭셔리 시장인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 명품 단숨에 무너뜨린 SNS 수사대

이 ‘3일간의 재난’은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막대한 힘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돌체앤가바나 광고의 중국 문화 비하 의혹을 제기한 것도, 스테파노 가바나의 대화 내용을 폭로한 곳도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어트프라다(@diet_prada)였다.

2014년 개설된 다이어트프라다는 명품을 비롯한 패션 브랜드들의 디자인 도용 문제를 고발해 명성을 얻었다. 운영자는 미국 시카고 보자르 아트 인스티튜트 졸업생 토리 리우(32)와 린제이 스카일러(30). 이들은 비슷해 보이는 최신 제품과 원작을 나란히 배치하고, 유머러스한 글로 유사성을 파헤쳤다. 첫 게시물은 크리스찬디올이 2015년 가을/겨울 선보인 코트가 프라다의 2014년 가을/겨울 패션쇼에 등장한 코트와 유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영국의 스타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에르메스의 가방을 베낀 것을 포착했으며, 알렉산더왕, 구찌, 톰포드 등도 디자인 복제 의혹으로 망신을 줬다.

1980년대 미국 할렘 디자이너 대퍼 댄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으로 고발된(?) 구찌 2018 크루즈 컬렉션. 구찌는 이후 대퍼 댄과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다./다이어트프라다 인스타그램
짝퉁은 하위 브랜드의 전유물이라며, 가짜를 적발하면 소송도 불사하지 않던 명품의 민낯을 확인한 대중은 격분했다. 다이어트프라다는 ‘패션계의 위키리크스’, ‘카피캣 사냥꾼’, ‘패션 경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지자를 늘려갔다. 96만 명이 넘는 팔로워 중에는 자발적으로 문제를 추적하고 제보하는 ‘다이어터스(Dieters)’도 상당수다.

이들은 디자인 도용 외에도 패션쇼 모델의 다양성 문제와 문화 차별, 성추행 논란 등 패션업계의 어두운 문제를 끄집어낸다. 돌체앤가바나 사태 역시 그 결과. 언론들은 다이어트프라다의 포스팅을 연일 기사로 써 댄다. 패션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 뷰티, 미술계로 확산되는 수사대…이제 ‘투명성의 시대’

이제 다이어트프라다는 명품 패션쇼에 초대되거나 협업하는 등 패션계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디자인 도용 문제로 수차례 이들의 수사망에 걸렸던 구찌는 통 크게도 2018 봄/여름 패션쇼 속 오마주와 영감을 찾아내는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다이어트프라다와 함께 진행했으며, 미우미우와 발렌티노는 패션쇼 맨 앞자리에 이들을 초대했다. 일각에선 지속적인 감시를 위해서는 업계와의 거리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업자들은 "우리는 비평가라기보다는 디자인, 진실성, 독창성의 옹호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투명성을 지원하고 건설적인 힘을 창출하기 위해 모인 이 공동체를 계속해서 건설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제품과 광고 컨셉트 등을 골라내는 ‘뷰티 경찰관’ 에스티런드리./에스티런드리 인스타그램
투명성을 주제로 한 소셜미디어는 다른 분야로 퍼지고 있다. 미용계에는 에스티런드리(@esteelaundry)라는 계정이 등장했다. 미국의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로더를 패러디해 만든 것으로, 다이어트프라다와 마찬가지로 뷰티 업계의 다양한 의혹을 ‘세탁(laundry)’한다. 올해 4월 개설된 이 계정의 팔로워 수는 3만 명이 넘는데, 계정주는 이들을 ‘런드리티스(laundrities)’라고 부른다. 익명을 요구한 계정주는 소비자 교육 및 소비자 권한 부여를 목표로 에스티런드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소비자 교육을 통해 투명성 문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업계를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과 함께.

그런가 하면 미술계엔 후즈후(@whos____who, 팔로워 4만 명)가 작품 도용 의혹을 제기한다. 비슷해 보이는 작품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작가의 이름을 해시태그로 표시한다. 이것이 도용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대중의 몫이다.

이들의 인기는 투명성과 도덕성 등을 중시 여기는 소비자들의 태도를 반영한 결과기도 하다. 이제 소비자들은 쇼핑을 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의문을 품고, 의식 있는 소비를 하기 원한다. 최근 불거진 모피 퇴출 운동과 플라스틱 퇴출 운동 등도 이런 요구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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