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지·옥·고'부터 월세 100만원 넘는 오피스텔까지… 540만명 1인 가구 '나 혼자 산다'

김은중 기자
입력 2018.12.01 03:00 수정 2018.12.01 09:36

[1인 가구 주거 공간]

종로 고시원 화재 계기로 비교

나 혼자 산다. 하지만 서럽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539만8000가구)에 이를 정도로 주류가 됐지만, 자가 비율은 28.2%로 평균(60.7%)의 절반도 못 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1인 가구는 가처분소득의 30%를 월세로 지출한다. 삶의 모습은 빈부(貧富)에 따라 각양각색. 2015년 기준 39만1245가구가 소위 '지옥고(반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대표되는 비주택(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 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상위 1.6%는 월세로만 80만원 이상을 지불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다. 지금 1인 가구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나.

일러스트=안병현
고시원: 싸게 머물다가는 방 한 칸

고시원은 일반 상업 건물 내부에 칸막이를 쳐 방을 만들고,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평균 면적이 3평(9.9㎡) 이내로, 국토부가 제시한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14㎡)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월세는 20만~30만원으로, 종로·강남 같은 도심이나 은평·구로 등 외곽 지역의 차이가 거의 없다. 창문이 있거나 방의 크기가 넓어질수록 비싸다.

고시원에 '고시생'은 더 이상 없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고시원에 거주 중인 인구는 15만1553명. 평균 연령 34.6세로,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루 분포하고 있다. 경제활동비율이 73.7%. 대다수가 '공부' 아닌, '생계 활동'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주거 환경은 열악하지만, "혼자 단기간 거주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는 평가다. 최소 1년을 계약하는 원룸과 달리 고시원에선 매달 월세를 걷는다. 보증금과 관리비(공과금)가 없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밥·김치·라면 무한 제공은 기본. 케이블TV나 PC, 무선인터넷을 갖춘 곳도 있다.

고시텔: 진화한 고시원

언제서부턴가 거리를 가득 메우던 '고시원' 간판이 사라졌다. 그 많던 고시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고시텔'은 고시원과 호텔의 합성어로, 고시원과 원룸의 중간쯤 되는 주거 형태다. 업주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시설을 홍보하기 위해 차용한 '리빙텔' '레지던스' 같은 영문 상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고시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고시원은 1만2691곳으로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고시원으로 분류되는 고시텔 계열의 시설이 많아진 까닭이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대학로의 한 리빙텔은 모든 게 고시원의 두 배였다. 책상에서 겨우 책만 볼 수 있고, 새우잠을 자야 할 정도로 비좁았던 공간에 개별 화장실과 샤워실을 집어넣었다. 복도의 폭도 고시원의 2배인 1.5m나 된다. 남녀를 구분해 층을 사용하고, 주방 등 공용 공간도 더 넓고 쾌적해졌다. "총무가 상주하는 고시원과 달리 업주가 의욕을 가지고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월세는 45만원 내외로, 고시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보증금이 없고, 있어도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 500만~1000만원 하는 원룸 보증금은 아직 부담스러운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원룸: '나 혼자 산다'는 여기서부터

자신만의 '나래바'를 꿈꾸는가. 여기 원룸에서 눈치 보지 말고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해보자. 원룸은 화장실과 주방을 내부에 갖춘 독립된 주거 형식이다. 면적은 10평(33㎡) 안팎, 주로 지하철역이나 대학가 근처에 밀집해 있다. 월세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주방 기구와 신발장 정도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유지비가 저렴하면서도 개인의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게 원룸의 장점이다. 3년간의 리빙텔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 성북구 안암동의 한 원룸으로 들어간 대학원생 박세영(26)씨는 "집도 꾸밀 수 있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진정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관리비는 수도료를 포함해 월 5만원 내외. 전기료와 도시가스비는 가구별 계량기에 따라 따로 부과된다고 한다.

원룸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가 예각으로 충돌하는 곳이기도 하다. 박씨는 "좋은 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집주인과 얼굴을 붉힐 정도로 꼼꼼히 확인하라"고 했다. 수압(水壓), 보일러 위치와 동파 사고 유무, 집주인의 수리 의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총 가구 수가 적은 일부 원룸은 공동 난방인 경우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볼 것.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오피스텔: 편의성은 굿, 가성비는 글쎄

올해 3월 서울 강남에 직장을 얻은 김민정(26)씨는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교통 접근성이 좋아 출퇴근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다. 직장과 집이 가까운 직주근접(職住近接)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다. 오피스텔의 또 다른 장점은 편의성.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5분 거리에 있다.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나 '맥세권(맥도날드+역세권)'이 중요한 이들에게 제격이다. 냉장고, 세탁기, 인덕션 등 대부분의 가전을 갖춘 풀옵션이다. 경비원이 24시간 상주해 보안이 뛰어난 것도 장점. 김씨는 "늦은 시간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혜택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않다는 것. 2년 계약을 한 김씨는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로만 65만원을 지출한다. 강남이나 여의도, 용산 등 도심 업무지구의 신축 오피스텔은 1억원에 육박하는 보증금 또는 100만원 이상의 월세를 요구한다. 전용률이 낮아 평형에 비해 실제 사용 면적이 좁고, 관리비 '폭탄'도 두렵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오피스텔(23㎡)의 경우 일반 관리비(15만원)와 난방·전기·수도료(10만원) 등 한 달에 총 25만원의 관리비가 든다고 한다. ㎡당 관리비가 6400원 정도로,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당 2200원)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또 "대형 상업건물 특성상 환기가 어려워 답답하고, 겨울엔 춥고 건조하다"고 한다.



조선일보 B2면
조선일보 구독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