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美北 고위급회담 계속 연기… 정상회담 1월초 개최는 어려워"

입력 2018.11.28 03:01

외교소식통 "연기 가능성" 조셉 윤 "트럼프, 新전략적 인내 돌입"
北, 고위급회담 취소 후 침묵… 전문가 "대화의 창이 닫히고 있다"

미국이 내년 1월 초순으로 추진했던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26일(현지 시각)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정했던 내년 1월 초순 정상회담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이 만나는 고위급 회담은 다음 달에 열릴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1월 내에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했다" "전쟁 위기가 사라졌다"면서 자신의 성과를 강조한 만큼 '전략적으로는 느긋하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여기에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을 축소하고 남북 철도 공동 조사 제재 면제를 지원하는 등 북한이 대화에 불응하거나 도발을 할 빌미는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업무를 시작한 이래 협상 상대인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만남을 피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실무 협상은 아직 첫 단추도 채우지 못했다. 대신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의 속도를 맞추기 위한 한·미 워킹 그룹 구성 등 동맹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미 테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북한이 이런 식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동안 미·북 간 대화의 창은 조금씩 닫히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고위급이든 정상회담이든 빨리 날짜를 정해 만남을 이어가지 않으면 대화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워싱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 미·중 무역 갈등, 이민,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 중인 뮬러 특검 등에 집중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관심의 강도가 예전 같지 않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언급이 대폭 줄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과의 관계는 오바마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인내' 상태에 들어섰다"면서 "오바마 때와 달리 남북 관계가 좋고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신(新)전략적 인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미국이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식 전략적 인내'로 선회하는 징조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뉴욕에서 열기로 했던 미·북 고위급 회담을 북한이 전격 취소한 후 미국은 19, 20, 21, 28일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북한의 회담 취소 배경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김영철이 고위급 회담 장소로 워싱턴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은 뉴욕으로 추진했고 북한도 이에 동의해 참석자 명단까지 통보했었다고 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 내부 사정이 상당히 복잡하다고 들었다"면서 "김영철이 외무성 사람인 최선희를 불신해 동행을 꺼린 데다 미국이 거부하는 '제재 완화'를 뚫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방미를 연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수미 테리 박사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것 외에 다른 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봐야 '핵 신고서 제출'이나 '사찰' 얘기만 들을 뿐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선호하는 '톱 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도 보냈다. 펜스 부통령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신고가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신고·사찰·폐기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한 것은 그런 의미다. 북한이 기피하는 실무 차원에서가 아니라 북이 원하는 대로 정상회담에서 핵 신고 문제를 '톱 다운'으로 해결하자는 뜻이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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