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모의 세계의 골목] 아슬아슬한 풍등...태국에선 밤하늘을 수놓는 환상의 축제

김은영 기자
입력 2018.12.05 10:00
12월 보름날 열리는 태국 치앙마이 ‘로이 끄라통’ 축제
도시 전체를 감싼 촛불과 오색등…"꿈속의 꿈같아라"

로이 끄라통(Loi Krathong)은 태국력으로 12월의 보름날에 이뤄진다. 특히 하늘로 커다란 풍등을 날려 보내는 이뼁(Yi Peng)이 유명하다./사진 변종모
치앙마이는 이제 더 이상 작은 도시가 아니다. 많은 비행 편수가 생겼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성능 좋은 버스들과 기차들이 대도시로 이어지는 태국 북부의 최대 도시로 성장 중이다. 그러니까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축제로 향할 수 있다.

◇ 소원을 작은 배에 실어 보내자, ‘로이 끄라통’ 축제

로이 끄라통(Loi Krathong). 태국력으로 12월의 보름날에 이루어지는 행사로 태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행사지만, 이곳 치앙마이가 가장 유명하다. 대게 11월 중에 열린다. 태국의 모든 축제 중에서 하반기의 가장 성대한 축제라고도 할 수 있다.

로이(Loi)는 소원을 일컫는, 끄라통(Krathong)은 작은 배를 말한다. 즉 소원을 작은 배에 실어 강물에 띄워 보내는 행사이다. 그리고 여기에 이뼁(Yi Peng) 행사가 더해져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치앙마이로 몰려든다. 이뻥은 커다랗고 하얀 풍등을 하늘에 띄워 보내는 것으로 의미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풍등의 환상적인 연출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며 환호한다.

11월 치앙마이 구도심 주변은 촛불과 등불로 환하게 밝혀진다./사진 변종모
"로이 끄라통에 참여할 거야"라는 말은 풍등을 날리는 이뻥 행사에 참여할 거란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치앙마이에 몰려드는 대부분 사람은 이 풍등을 날리는 이뻥 행사가 로이 끄라통이라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상관없는 일이다. 모두가 같은 날에 이루어지고 같은 뜻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며 격려하고 축하한다.

◇ 도시 전체를 감싼 촛불과 오색등…"꿈속의 꿈같아라"

축제는 성곽 안에 조성된 구도시와 주변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보름날 전후 하루씩, 그러니까 3일간의 절정이 되겠다. 이 중에는 외국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로이 끄라통 만들기와 전통댄스 관람, 퍼레이드 등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3일이라는 시간이 정말로 짧다.

축제의 서막은 도시 전체를 감싸는 촛불과 오색등들이다. 작은 촛불이 촘촘하게 놓여 온 거리를 밝히고 오색등들이 하늘에 창연히 매달리면 축제의 신호가 된다. 사람들은 밤늦도록 거리에 나와 사진을 남기거나 촛불이 놓인 길을 걷는다. 이 정성스러운 수고를 치앙마이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도맡아 하는데, 그마저 수고스러워 보이지 않고 즐거워 보인다.

행사 기간에는 사원들도 각기 다른 모양의 등을 달고 사람들을 맞는다./사진 변종모
구도시 안에는 편의점보다 사원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사원들에서도 각기 다른 모양의 등을 달고 사람들을 맞이하기 때문에, 사원들만 둘러봐도 충분히 축제의 분위기를 실감한다. 이 중 왓 판 따오(Wat Phan Tao) 사원은 축제 기간에 꼭 한 번쯤 들러봐야 할 곳이다. 사원 한쪽 커다란 나무 아래 금불상이 놓여 있고, 그 나무에 나뭇잎만큼 많은 오색등이 달린다. 작은 동산을 감싸는 연못 위로 비치는 오색찬란한 불빛들과 동자승들의 고요한 자태는 종교를 떠나서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연출이 되겠다.

어떤 사람들은 풍등을 날리는 것보다 이 장면을 담고자 오래도록 공을 들인다. 얼마나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인가. 꿈도 아닌, 꿈속의 꿈같은 곳에 서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곳뿐 아니라 이 기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연출이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축제의 하이라이트 핑강(Ping River)으로 가자. 아니다. 내가 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따라 저절로 걷게 되는 것이다. 원래 알고 있던 길처럼. 마치 자주 다니던 길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강물처럼 흘러 강으로 가자. 모두가 그 방향으로 향한다.

◇ 보름달이 선명해지면, 소원 담은 풍등을 하늘로

치앙마이 구도시 외곽으로 흐르는 커다란 강 위로 걸쳐진 여러 개의 다리에서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이루어진다. 밤이 시작되고 보름달이 선명해지면 검은 강으로 환한 꽃배를 띄우거나 하늘로 풍등을 날려 보내려고 사람들이 이곳으로 향한다. 강변을 따라 줄지어 꽃배를 띄우는 사람들과 다리 위에서 풍등을 날리는 사람들 모두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 까만 밤에 흔들리는 불빛들이 찬란한 혼돈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애틋하고 간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심을 밝히는 일은 치앙마이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도맡아 하는데, 그마저 수고스러워 보이지 않고 즐거워 보인다./사진 변종모
세상의 모든 소원이 다 모이는 밤은 이리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각자의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을 스스로 꺼내놓고 간절하게 올려다보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다.

PS : 축제 준비는 미리미리

태국력에 따라서 매년 축제의 시기가 달라지므로 태국 관광청이나 치앙마이 관광청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고 계획해야 한다. 태국의 성수기가 11월부터 시작되는 데다 축제가 이즈음 시작되기 때문에 왕복 교통편과 자신이 원하는 숙소를 선택하는 일 또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나 숙소는 가격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꼭 구도시 안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버리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오히려 조금 벗어난 곳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더 이로울 수도 있겠다. 치앙마이 자체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충분히 있고 곳곳에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숙소와 구도시를 오가는 동안 더 좋은 여행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며 가지고 갔던 소원을 잊지 않는 것이다.

◆ 변종모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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