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팔뚝 액션, 자잘한 웃음… 하나의 장르가 된 '마동석'

송혜진 기자
입력 2018.11.28 03:01

돈도 백도 없지만 돌덩이 팔뚝으로 악을 응징하는 모습에 관객들 환호
여자와 아이에게는 약한 '마블리'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마동석.' 한 관객이 쓴 영화평 중 하나다. 마동석(47)의 팔뚝이 꿈틀댈수록 영화표는 팔려 나간다. 어떤 관객은 그가 둘레 50㎝ 팔뚝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걸 보려고 극장에 간다.

미국 유명 할리우드 제작자 제이슨 블룸은 영화 '부산행'에 나오는 마동석을 보고 "한국의 드웨인 존슨 같다"고 했다. 미국 배우 드웨인 존슨이 근육질 몸 하나만으로 이미 이야기를 완성하듯, 마동석도 그렇다는 것. 실제로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란 말엔 많은 설명이 함축돼 있다. 거친 액션과 권선징악, 자잘한 웃음이 포함된 영화라는 뜻이다.

무섭고도 귀여운 사내. 대중에게 마동석은 맨몸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응징하는 서민이자, 여자에게는 쩔쩔매는 남자의 얼굴로 읽힌다. 그의 두꺼운 팔뚝은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뚫어내는 돌파력이다. /쇼박스
개봉 닷새 만에 관객 100만명을 넘긴 '성난 황소'(감독 김민호)도 마동석을 100% 활용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그가 두 눈을 치켜뜨며 콧김을 뿜을 때 관객은 클라이맥스를 예감하고, 돌덩이 팔뚝으로 불량배를 벽에 쑤셔 박을 때 객석에선 환호가 터진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어벤져스' '아이언맨' 같은 미국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영화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고 칭하는 것을 비튼 말로, 쉽게 풀면 '마동석표 영화'쯤 된다. 마동석이란 세 글자가 어느덧 장르가 돼 버린 것이다.

◇50㎝ 팔뚝의 사나이

2015년 영화 '베테랑'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약에 취해 폭주하는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를 덩치 좋은 사내가 막아선다. 조태오가 "넌 뭐야?"라고 묻자 그(마동석)는 대답한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대중은 이 짧은 장면으로 마동석의 얼굴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돈도 백도 없지만 정의로운 시민의 얼굴. 마동석이란 캐릭터가 그렇게 구축됐다.

'성난 황소'에서 그는 건어물 가게 사장 강동철을 연기한다. 돈 없고 힘없는 서민이지만 아내가 납치되는 순간 달라진다. 경찰이 못 찾는 범죄자를 먼저 찾아내고, 경찰이 달려오기 전 악당을 응징한다. 무기력한 공권력에 대한 불신, 국가나 법이 우리를 구제해주지 못할 것이란 회의가 커질수록 대중이 마동석에게 열광하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부조리한 사회,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는 세상에서 대리 만족과 쾌감을 안겨준다.

마동석의 생김새는 장르적 쾌감을 빚어내는 원천이다. 키 175㎝, 몸무게 100㎏, 팔뚝 둘레는 대략 50㎝(20인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콜럼버스 캠퍼스 체육학과를 졸업했고 한때 퍼스널 트레이닝 코치로 활동했다. 기중기를 연상시키는 믿음직한 덩치 덕분에 그는 여전히 숱한 영화에서 '해결사'로 등장한다. 영화 '이웃사람'에선 연쇄살인범을 제압하는 동네 아저씨로, '범죄도시'에선 조직폭력배들을 단번에 소탕하는 형사로 나왔다.

◇마블리, 마요미

허술한 매력도 자주 드러낸다. 특히 여자와 어린아이에게 약한 남자로 종종 등장한다. 영화 '동네 사람들'에서 거친 말 내뱉는 여고생들 앞에서 쩔쩔매며 "이 동네 애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 대표적. '신과 함께: 인과 연'에선 어린 현동(정지훈)이 잿빛 철거촌에서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마을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는 성주신을 연기했다. 그가 '마블리' '마요미'라고 불리는 이유다. '성난 황소'의 강동철은 아내에게 킹크랩 살을 발라주면서 "손도 까딱하지 마. 내가 다 할게"라고 말한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는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모습을 연기한다. 마동석의 이름이 액션을 넘어 종종 판타지로 기억되는 이유다.



조선일보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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