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 모인 예비역 장성 대토론회 "남북 군사합의, 최악의 실책"

변지희 기자
입력 2018.11.21 15:54 수정 2018.11.21 17:03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변지희 기자
2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이 주최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전쟁기념관 평화홀이 1500여명(주최추산 3000명)으로 가득찼다. 약 600여개 객석과 로비에 마련된 300여석의 간이의자도 모자랐고,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 서서 토론회를 경청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 연습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전쟁 한 번 없이 한국군의 군사력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했다. 또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사실상 불능화시켰다"고도 했다.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변지희 기자
기조연설은 이상훈 전 국방장관 겸 재향군인 회장이 했다. 이 전 장관은 "(내가) 안보분야에 종사했던 50여년간 항상 북한한테 당하기만 했다. 우리가 도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군사합의서는 우리가 정찰 비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그러면 북측이 기습할 여지를 주게 된다"며 "기습을 하는 쪽이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 군사합의서 조항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장관은 "합의서 1조 1항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향후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무력 증강 금지'는 사드 배치 중단, F-35 도입 중단 가능성 등 전반적인 방위력 증강 계획 백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평화수역 설정과 관련해선 "NLL 무효화를 위한 사술적인 조치이며, 북한이 서해를 주된 침투 루트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서해가 분쟁지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9·19 군사 분야 합의로 NLL 무효화 전략을 너무 쉽게 달성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선 박휘락 국민대 교수가 ‘남북합의와 안보·국방’,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군사 분야 합의서와 국민 생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남북 군사합의서는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데 안보태세를 선제적으로 허문 최악의 실책"이라며 "모든 무력 충돌은 완충 장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북한의 계획적 도발 때문인데 한미에 책임 전가하는 북한의 논리에 기초해 모든 합의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비통제의 원칙은, 공격용 무기를 줄이고 정찰 감시를 확대해 상대방의 의도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군사 합의로 인해 전방 지역 감시를 못하게 되면서 북측으로부터의 기습을 허용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 안전에도 결정적인 공백이 생겼다"고 했다. 신 전 본부장은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 이용까지 시행된 상태에서 비행 금지 구역 때문에 북측을 적절히 감시하지 못하게 되면, 북한 도발 시 한강을 이용해 서울 시내까지 직접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북방한계선의 군사력 균형은 일방적으로 북한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아군은 열세한 해병대 전력을 우세한 해·공군과 합동 작전으로 보충하는데, 이번 합의로 합동작전체계가 뿌리째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일부 좌파단체와 토론회 참석자간 고성이 오갔다./변지희 기자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지금까지 평화를 통해 안보를 추구한 나라는 없다. 안보가 튼튼할 때 평화가 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안보상황을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에 비유했다. 따뜻한 저기압 공기, 찬 고기압 공기, 열대성 습기 등이 결합하면 강력한 바람과 엄청난 비를 쏟아붓는 폭풍이 발생하는데, 한국의 안보 상황도 '북한의 핵사용 위협 또는 사용', '국민의 대북경계심 약화', '정부의 안보위기 불감과 무능', '군대의 정치화 및 비전문화' 등이 맞물려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주적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한미 동맹도 약화되고 있다"며 "북한의 가장 큰 목적은 한미 동맹 해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전쟁이 나도 스스로 작전할 수 없는 나라가 무슨 주권국이냐’, ‘전작권을 분리해야 북한이 한국을 미제의 괴뢰라고 하지 않는다’는 감성적인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전작권 전환 문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평화홀 밖 광장에서는 좌파 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10여명이 "군사합의서는 평화시대를 위한 가교", "군사합의서에 대한 거짓 선동 그만 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과 토론회 참석자들 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갔지만 경찰 제지로 큰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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