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바다를 위하여

디지틀조선TV 박수민
입력 2018.11.20 17:01
사진= 박경련 해양경찰청 홍보강사
작년 12월 영흥도 해상에서 22명이 탑승한 낚시어선 사고로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해양경찰청은 이 사고를 계기로 상황 발생부터 언론 브리핑 까지 사고 대처와 언론 소통 시 문제점 등을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약 4개월에 걸쳐 각 해양경찰서 서장 및 담당자, 상황실 직원, 홍보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즉석 시나리오를 통한 훈련을 실시, 언론소통 역량을 점검하였다.
 
특히 기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나 유도질문 등 브리퍼를 당황케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질의응답 실습을 통하여 기관장의 언론소통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이번 언론도상훈련에 참여, 다양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했던 박경련 해양경찰청 홍보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1. 지난 상반기, 위기소통훈련을 하면서 전국에 있는 해양경찰서를 모두 돌아다녔다고 들었다. 이유는?
 
재난·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사건?사고에 초기대응을 잘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 특히, 피해자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당황하면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해양경찰청의 정책소통팀장이 이러한 '당황을 견디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해왔다.
 
올 3월부터 7월초까지 전국에 있는 19개 모든 해양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반나절씩 위기소통훈련을 했다. 보통 위기소통훈련이라고 하면 언론의 취재를 어떻게 지원하고 방송인터뷰나 기자회견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다룬다.
 
나도 해양경찰 지휘관 대상으로 이런 교육을 했는데 지휘관들이 방법론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비상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현장의 직원들이 같이 뛰어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쉬워하던 차였다.
 
한 곳에 모아놓고 교육하는 것보다 실제 사건이 생겼을 때 같이 일할 사람들과 훈련하고 맞춰보는 게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니까 "그럼, 보따리 싸서 우리가 가자" 그랬다.
 
인천, 통영, 완도, 제주, 군산, 속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해안가를 반시계 방향으로 싹 다 돌았다. 요즘, 해양경찰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농담하고 다닌다(웃음).
 
Q2. 보통, 훈련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이건 그렇지 않았다는데?
 
그렇다. 이 훈련을 계획할 때 목표가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직원들 스스로 자신이 몸담은 해양경찰서의 부족한 점과 장점 등을 파악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통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처럼 훈련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 사고의 경우, 상황실로 "oo에서 사고 났어요. 빨리 구해주세요." 라는 전화가 오는 것으로 상황이 시작된다. 훈련도 그 지점에서 동일하게 시작해보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떤 것을 잘하고 있는지,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나는 옆에서 쭉 상황을 보면서 중간 중간 해결해야 할 이슈를 던져 주었다. 훈련 시나리오가 없어서 직원들은 많이 당황했지만 훈련을 마치고 나서 "정말 좋은 훈련이었고, 이런 식의 훈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말해 주었다.
 
훈련에 참여한 대다수의 직원들도 훈련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훈련하고 나서 뭔가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진짜 훈련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Q3. 부담스러워하는 직원들도 많았겠다.
 
내 별명이 저승사자다(웃음). 하루는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갔더니 저승사자라며 무서워하셨다.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데 어떻게 편하게 생각하겠나. 많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을 텐데 직원들은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실제 사고가 난 것처럼 땀 흘리면서 자료 공유하고, 소통하고, 끝까지 집중했다.
 
서장님들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 직원들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피드백을 듣는 것은 권위를 내려놓지 않으면 못할 일인데 누구도 빠짐없이 참여하시고 진지하게 임하셨다.
 
유람선 사고,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낚시어선 전복사고, 화학물질 유출사고 등 각 지역에서 일어날 만한 사고이다 보니 훈련 이후에 보완조치도 하시고, 개선사항을 지시한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현장지휘관의 혜안에 내가 배운 부분이 많다.
 
Q4. 훈련을 해보니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했나?
 
언론브리핑을 할 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추정하며 언급할 때가 많았다. 사고가 왜 났는지 원인에 대한 부분은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금방 밝혀지지 않을 때가 많다. 수습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관계자의 증언이나 언급으로 어느 정도 추정할 수도 있지만 책임자가 추정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브리핑 자리에 서면 모든 것을 답변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런 압박감을 견디며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어느 재난부처나 마찬가지이지만 언론인터뷰, 브리핑이 부담스러워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재난 상황에서 브리퍼가 정해지면 모든 브리핑과 언론 인터뷰는 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습과 대응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한 사람이 세세하게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관련 부처는 정보나 결정사항을 재난 대변인에게 꼭 공유해야 하고, 모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선임되는 재난 대변인 외에도 간단한 인터뷰 등은 해당 책임자가 수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훈련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었는데 기관에서 이런 내용을 사전에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실제 상황에서 서로 책임을 이러저리 떠넘기지 않고 원활한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Q5. 피해자 가족과의 소통은 어떠했나?
 
해경에서는 피해자 가족지원팀을 마련해두고 직원과 유가족, 실종자 가족이 계속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거친 말을 들을 때도 많지만 이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
 
어느 해양경찰서에서는 실제 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 가족들에게 수색한 경비함정이 지나간 길을 나타내는 항적도를 매일 보여주며 실종자 수색상황을 전해주었다. 결국 실종자를 찾지는 못했지만 가족들로부터 최선을 다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가족들이 모르는 정보를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하는 경우다. 사고나 사건과 관련해서 정보를 가장 우선적으로 받아야 할 사람들은 실종자 가족, 유가족, 그리고 이 사고수습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 사고가 난 지역주민들과 같은 이해관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서도 해양경찰 직원들이 이 부분을 잘 해내기를 응원한다.
 
Q6. 훈련조력자로서 느낀 점도 있을 텐데?
 
바다가 이렇게 다른지 몰랐다. 동해와 서해가 다른 줄은 알았어도 목포바다와 통영바다가 다르고, 보령바다와 군산바다가 다른지는 몰랐다. 해양경찰서의 관할 구역별로 바다의 특성이 있어서 바다를 잘 알아야 안전사고 예방도, 인명구조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육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보니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토에 살고 있지만 잘 몰랐던 바다를 구석구석 알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러면 해양경찰이 하는 일과 현장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Q7. 4개월 동안 전국적인 새로운 형태의 훈련을 마친 소감은?
 
시작할 때는 처음 해보는 형태의 훈련이라 잘 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반응도 좋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뿌듯하고 기쁘다. 외부 강사인 내가 혼자 갔으면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성대훈 팀장을 비롯해 팀원들이 4개월 동안 같이 움직여주면서 날카로운 언론 역할도 하고, 모르는 용어나 상황도 가르쳐주어 잘 끝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혁신은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해양경찰 내부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이어져갈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외부와도 원활하게 소통하며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해양경찰이 되기를 마음 모아 기대한다.
 
디지틀조선TV 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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