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재명, 반기 박원순…시작된 與 권력투쟁

이옥진 기자
입력 2018.11.19 20:00
현 여권(與圈)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 파문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차기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현 정부 노동정책과 관련해,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간 여권 내 파워게임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잠룡들이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서서히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주자들이 성공적인 미래 권력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현재 권력을 넘어서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권력의 핵심들은 이를 용납할 수 없어 불가피한 충돌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부인 김혜경 씨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이 지사는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위기의 이재명…거리 둔 與
이재명 지사는 19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아내 김혜경씨가 2013년부터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으로 활동하면서 문 대통령 등 당내 경쟁자를 비방하는 글을 다수 게재한 당사자라는 경찰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이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 이미 목표를 정하고 증거를 결론에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저들의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모종의 ‘저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이 지사 사건에 대해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앞서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날 홍익표 대변인이 "현재로서는 당사자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 여부와 법원의 판단을 보고 나서 당의 최종 입장을 정하는 게 맞다"고 한 것 외에는 현재까지 당의 입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는 "대변인이 다 말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날 ‘이 지사가 당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걱정을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역시 거리를 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관련된 내용은 당에서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가 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데도 이 지사를 옹호하는 공개적인 목소리가 전혀 없다시피한 것은 당의 주류인 친문 지지층의 이 지사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문 그룹 내부에서는 이 지사에 대해 지사직 사퇴나 출당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권 유력 정치인에 대한 압수수색, 경찰 수사규모 및 결과발표 방식 등의 이례성을 들어 친문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인 이 지사를 정리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메시지가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개시되면 이 지사에게 출당 등을 요구하는 친문 지지층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지사가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경찰이 김혜경씨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이 지사 측이 혐의를 벗을 경우 오히려 이 지사가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지사가 향후 반문(反文)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무혐의(무죄)를 받게 되면 현 여권 내에서 가장 큰 파괴력을 갖는 후보가 될 수 있다"이라며 "친문이 뭉쳐서 이 지사를 공격했다는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도 있는데, 이는 이 지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지사는 현재에도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주영 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시작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반기 든 박원순…본격화하는 ‘파워게임’
이재명 지사뿐만 아니라 지난 19대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공교롭게도 줄줄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비서였던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 이후 모든 정치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고, 최성 전 고양시장은 3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이유로 당으로부터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했다. 안 전 지사는 김씨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최 전 시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선 후보 중 현재까지 대형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사법적 조치를 받지 않은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그런데 박 시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한국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를 규탄하기 위해 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이 집회는 문 대통령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내용을 규탄하는 집회였다. 박 시장은 이 집회에서 자신을 ‘노동존중 특별시장’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임종석 비서실장 등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노동계를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오랜 연대관계를 맺어온 집권 세력(친문계)과 노동계가 최근 현안을 둘러싸고 균열을 보이고 있는데, 박 시장이 이를 자기 정치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것이 아니겠느냐냐"고 했다.

야당에서는 이 같은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친문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박 시장의 자기 정치가 도를 넘었다. (대권 행보가) 시기 상조는 아닌지, 보는 이조차 민망하다"고 비판하면서, "(박 시장은) 자기 정치를 하다가 지금 낭패 보고 있는 경기지사를 잘 돌아보기 바란다. 민주당 동지들에게 너무 서운하게 하지 마시라. 이렇게 하다 보면 틀림없이 다음 차례는 박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이에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리고 "쓸데없고 소모적인 ‘박원순 죽이기’를 그만하기 바란다. 우리 당과 저를 이간질 하려는 시도도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도 "박 시장의 자기 정치가 도를 넘었다", "자신의 소속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시장 측은 이에 대해 "집회 참석 전 청와대와 여당에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대립했던 주자들이 잇따라 곤욕을 치르면서, 문 대통령과 가깝거나 청와대와 내각에 있는 인사들이 여권 내 권력투쟁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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