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청와대 휴대폰 압수 소동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8.11.09 19:00

복지부가 국민연금을 개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보험요율을 지금 9%에서 12~15%로 올리려는 것이지요.
이것이 조선일보에 1면 톱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 맞지 않다면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휴대폰 압수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반이 들이닥쳐서 복지부 국민연금 정책국장, 국민연금 정책과장, 두 사람 휴대폰을 압수한 것입니다.
제대로 보고도 하기 전에 누가 발설했느냐, 범인을 찾겠다는 것이지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리기도 유분수지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정부는 왜 하는 짓마다 이러는지요.
본질은 간단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보험료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 타는 사람은 늘어납니다. 복지부 개편안은 국민연금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청와대가 발끈한 겁니다.
대통령은 개편안을 당장 퇴짜 놓고, 청와대 대변인은 보험료율 인상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 지지층인 젊은 층이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연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보험료는 덜 내고, 연금은 더 받게 해주겠다, 이건 속된 말로 바닷물 퍼 다가 연금 주는 것도 아니고요, 보험료 덜 내고 연금 더 준다는 건, 그 말 자체로 속임수입니다. 아니면 엉뚱한 세금을 끌어다 퍼붓는 식으로 임시 처방을 하려들겠지요.

이런 걱정을 담은 신문 보도가 나가자 엉뚱하게도 복지부 국민연금 담당 국장과 과장, 두 사람 휴대폰을 뺏어간 겁니다.
너희 둘 중 누가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발설했는지 족치겠다는 것이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은 휴대폰 하나에 개인 사생활이 100% 담겨 있습니다.
은행 금융거래 내역이 다 담겨 있지요, 주식 투자하면 그 내용도 다 담겨 있지요, 친구, 친척, 동창, 이런 저런 모임, 카톡방, 모든 통화내역도 다 들어있습니다.
남몰래 사귀는 사람이 있으면, 그 내용도 다 들어 있습니다.

올 상반기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 건수가 11만824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어 사상 최고치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습니다.
수사기관들이 매일 650차례 꼴로 누군가의 사무실과 집, 휴대전화, 금융계좌를 뒤진다는 뜻입니다.
'압수수색 공화국이 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대뜸 복지부 공무원 휴대폰부터 압수합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 머릿속은 압수 수색 조사 겁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무원 인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뒤 의원실과 타사 기자들이 두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자 이런 휴대폰 압수 사실도 밖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바야흐로 휴대폰 압수 공화국입니다. 간수 잘 하십시오.

*TV조선 ‘신통방통’ 진행자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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