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올리려고…'재미'로 경찰서 난동 부린 인터넷 방송진행자

홍다영 기자
입력 2018.11.09 11:17 수정 2018.11.09 11:28
인터넷 방송 진행자, 경찰 지구대 난동
일선 경찰 "‘재미’로 공권력 짓밟는 나라" 분노

경찰 지구대에서 행패부리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방송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구속됐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재미’로 공권력을 짓밟는 지경까지 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 진행자인 김모(48)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쯤 부산 사상경찰서 주례지구대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시 그는 술에 취한 상태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김씨는 다짜고짜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XX놈아" "경찰 옷 벗긴다" 등의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 광경을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현장에서 붙잡힌 김씨는 "인터넷방송 시청자가 지구대로 가서 난동을 피워보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시청자 댓글에는 관련 내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넷 방송 시청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을 조롱하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인터넷 방송 조회수를 끌어 올리려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3월 25일 유튜브에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자신이 특정 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주변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시청자가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술에 취해 난동 피운다" "유튜브에서 폭력적인 방송이 나오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할 정도였다.

지난 9월에는 "시청자를 죽이러 가겠다"면서 찾아가는 과정을 생중계했다. 당시 그는 출동한 경찰을 향해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체포하라"면서 돌연 노상방뇨했다. 김씨는 벌금 5만원만 내고 이후에도 자유롭게 ‘폭력 방송’을 내보냈다. 그의 방송을 즐겨 보는 구독자는 9일 현재 1170여명 안팎이다. 조회수는 2만2700여회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에서 난동 부린 김씨를 구속하는 동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유튜브 채널을 폐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유튜브 채널 사진. 그는 ‘사상 노숙자’라는 별명으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해왔다. 그가 올린 폭력·선정적인 게시물은 현재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캡쳐
일선 경찰관들은 "공권력이 우스워지니 김씨가 제 집 안방처럼 지구대를 드나든 것"이라면서 분노하고 있다. 공권력 침해에 관대한 문화가 이 같은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대법관 임명동의 인사청문 특별청문회에서 최재천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파출소에 가서 깽판 좀 부렸기로 뭐가 잘못입니까. 내가 세금 내고 내가 만들어 놓은 기관에서, 그 정도도 못 받아 줍니까?"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일선 경찰관은 "‘경찰관 좀 팰 수 있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재미로 경찰서를 짓밟는 일까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자신을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3년간 근무하면서 (주취자에게) 이유 없이 맞은 사례가 스무 번이 넘는다"면서 "한번은 따귀를 맞았고, 한번은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고, 한번은 주먹으로 가슴을 맞았고, 한번은 얼굴에 침을 맞았고, 한번은 저를 안고 넘어져 무릎에 피 멍이 들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제가 유독 많이 맞은 것이 아니라, 경찰 모두가 맞고도 참아서 국민들은 모르는 것"이라면서 "저의 피 멍을 본 어머니가 울면서 ‘다치기만 하는 경찰 일은 관두라’ 하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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