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통보 받은 경제수장이 470조 예산 지휘

박상기 기자 이민석 기자
입력 2018.11.09 03:12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 발언, 金부총리 해명에도 조기 경질
예산 마무리 한다지만 역할 한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 부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는 발언을 했고, 청와대는 9일 그를 경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훈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조기 경질은 위기 신호가 쏟아지는 경기 상황 속에 470조원의 내년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뤄지게 됐다. 예산 심의 도중 경제부총리 경질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 컨트롤 타워' 실종으로 이어져 국정과 경제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임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데 한 달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빨리 인사 절차를 거치더라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 부총리가 후임 총리 인선까지 자리를 지키겠지만,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재부 차관들까지 이동설이 나오면서 경제 부처들은 뒤숭숭한 상황이다. 경제 전반이 침체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예산안은 물론이고 주요 경제 현안 처리까지 줄줄이 뒤로 미뤄질 수 있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홍남기 실장이 청문회에서 군면제 등을 이유로 제동이 걸릴 경우 '경제 컨트롤 타워' 부재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8일 본지 통화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김 부총리는 자신이 예산 심의를 마무리 짓겠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내일 물러난다고 하면 이 정부는 내년 나라 경제에 대한 책임 의식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470조원 예산안도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 예결위에서 "인사 시기가 언제든 예산 심의는 책임지고 마무리 지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홍남기 실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홍 실장은 재정과 예산 업무 분야에서 주로 일해왔고 현 정부에선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담당해 왔다. 야당은 "현재 경제 위기의 주범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인데, 홍 실장이 후임 부총리 후보가 된다면 그 기조를 전혀 바꾸지 않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 발언이 현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예산결산특위에 출석, "경제에서만큼은 여야 간에 여러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책임 있는 결정이 따랐으면 좋겠다는 뜻을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경제 연정(聯政)이라고 할 정도까지 해서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정치적 의사 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김 부총리가 청와대를 비판해놓고 논란이 되자 덮기 급급하다"고 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김 부총리의 '정치적 의사 결정' 발언은 경제 위기의 근원이 청와대라는 얘기"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왜 여야의 의사 결정 문제라고 뒤늦게 말을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부총리는 (현 정부와) 작별하고 (한국당에) 지혜를 빌려 달라"고 했다.





조선일보 A4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