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저임금 22% 올리자… 중앙은행 총재가 나서 "15만 일자리 증발" 경고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18.11.09 03:08

[오늘의 세상]
2011년 재정위기 부른 사회당 정부, 7년만에 재집권해 또 퍼주기 정책

스페인에서 좌파 성향의 사회당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22.3%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중앙은행 총재가 "일자리 15만개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난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월 최저임금을 올해 735.9유로(약 94만8000원)에서 내년 900유로(약 115만원)로 올린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22.3%는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는 스페인에서 역대 최고치다.

7일(현지 시각)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느낀 고용주가 생산성이 낮은 직원들을 내보낼 것"이라며 "임금 근로자 15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면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근로자들이 먼저 해고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근로자나 고령의 비숙련 근로자에게 강한 충격이 미치게 마련"이라고 했다. 에르난데스 데코스 총재는 경제학 교수와 스페인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스페인 사회당은 2004년 정권을 잡은 뒤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끝에 2011년 남유럽 재정 위기를 촉발시켜 그해 총선에서 참패해 정권을 잃었다. 당시 사회당을 밀어내고 집권한 우파 국민당 정부와 마리아노 라호이 전 총리는 2011년 641.4유로였던 최저임금을 2016년까지 5년간 2.2%만 올릴 정도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사이 라호이 전 총리가 주도한 노동 개혁과 긴축 재정이 효과를 보며 경제가 살아나자 국민당 정부는 최저임금을 작년 8%, 올해 4% 각각 인상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민당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라호이 전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가결돼 다시 정권을 잡은 사회당 정부가 단숨에 900유로로 최저임금을 22.3% 인상하자 국내외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사회당 지지 세력인 노동 단체가 월 1000유로를 요구하고, 의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사회당이 극좌 정당 포데모스와 정책 공조를 한 것이 이 같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요르그 크라머 독일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스페인에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이뤄진 갖가지 구조 개혁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스페인의 올해 9월 실업률은 14.9%로 26%대에 이르던 2013년보다는 대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338만명이 실업자 상태다.


조선일보 A2면
조선일보 구독이벤트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