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과분한 상… 畵業에 큰 에너지 될 것"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1.09 03:01

제30회 이중섭미술상 김을씨, 삶의 삼라만상 드로잉으로 풀어
"독특한 자유정신 지닌 예술가" 18일까지 본사 미술관서 기념전

그림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는 그림을 속이지 말라.

8일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30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 겸 수상기념전, 이 짧은 붓글씨가 적힌 수상 작가 김을(64)씨의 드로잉 앞에 관람객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그림 그리기를 업(業)으로 삼아 오면서 이런 자리에 서리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상 받을 자격이 있을까 자문하게 되지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김을 작가가 "말주변이 없다"며 미리 준비해 온 수상소감문을 꺼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8일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30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김을 작가가 꽃다발과 상패를 들고 역대 수상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기·민정기·김호득·강경구·김경인·황용엽·김을·정경연·홍승혜·안창홍·김종학 작가.이미지 크게보기
8일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30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김을 작가가 꽃다발과 상패를 들고 역대 수상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기·민정기·김호득·강경구·김경인·황용엽·김을·정경연·홍승혜·안창홍·김종학 작가. /이태경 기자
이번 이중섭미술상은 1986년 그림을 시작한 이래 김을 작가가 수상하는 첫 미술상이다. 주제나 소재에 갇히지 않고 삶을 둘러싼 삼라만상을 드로잉으로 풀어낸 활달한 예술적 태도를 인정받은 것이다. "화업(畵業)을 이어가는 동안 안주하지 않고 깨어 있으며 정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상은 제 앞길에 큰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보다 의미 있는 작업을 위해 더 힘쓸 것을 다짐해봅니다. 상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축사는 제15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인 동양화가 김호득(68)씨가 했다. "가끔 전시를 볼 때마다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송년회에서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생겼다. 짐작하던 대로 진중하고 맑은 사람이었다. 생긴 것도 그렇지만 예술가로서도 독특한 정신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됐다. 지난 7월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개인전을 보러 갔을 때도 기억난다. 조금 일찍 갔더니 김을 선생이 전시장 앞마당에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더라. 좀 이따 오실 손님들 덥지 않게 땅 식히고 있다고. 한 번 더 새로이 보였다. 우리 화단에서 참 보기 드문 작가로구나."

따스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작가 생활이라는 건 고통의 연속이다. 계속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큰 상 받으면 어깨 무거워지고 남 의식하게 되는데, 그러지 말고 자유정신의 유지를 부탁드린다."

이날 시상식에는 민정기·강경구·윤진섭 등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안창홍·이영욱·김현주·김노암 등 심사위원, 역대 이중섭미술상 수상 작가 황용엽·김경인·홍승혜·정경연·김종학·황인기씨, 이중섭 조카 손녀 이지연·이지향씨, 유희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금혜원 소소갤러리 관장, 유경희 유경희예술처방연구소장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홍준호 발행인, 김문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이사장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수상 기념 전시는 18일까지 열린다. (02)724-6322, 6328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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