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기 원로들, "탈원전 재고해달라" 집단 청원

최인준 기자
입력 2018.11.09 03:01

"피와 땀으로 쌓은 한국 원자력… 탈원전으로 웃는 건 중국뿐, 후손 명운 달린 중차대한 문제"

"우리 후손이 50, 100년 먹고살아야 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탈원전 정책 시행을 2~3년 늦추고 면밀히 검토해 주길 바랍니다."

1959년 서울대에 입학한 원자력공학과(현 원자핵공학과) 1기 출신 원로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장문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김종찬(78)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과)를 비롯한 1기 원로 15명은 최근 한 온라인 매체에 '탈원전 재고를 바라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회 졸업생들의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후손의 명운과 조국의 흥망성쇠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너무 서둘러 결정한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회 졸업생들이 1963년 옛 서울대 공대 1호관 앞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모습. /김종찬 서울대 명예교수 제공

기고문에는 김 명예교수와 강삼석 전 웨스팅하우스 연구원, 강창무 전 GE 연구원, 김창수 전 LG 사장, 김인섭 카이스트 명예교수, 구덕건 전 한국중공업 BOP 설계부장, 박우형 전 미국 벡텔 엔지니어, 윤석길 전 울산대 부총장, 이실 전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 연구원, 이재근 경북대 명예교수, 이재승 미국 미시간대 교수, 이황원 전 진로 사장, 정희목 전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 조영충 전 NASA(미항공우주국) 연구원, 채성기 전 원자력연구소 하나로센터장 등 15명이 참여했다. 1기 입학생은 총 20명이지만 세상을 떠났거나 해외에 체류해 연락이 닿지 않은 5명은 동참하지 못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탈원전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은 경쟁국인 중국"이라며 "중국은 이미 막대한 규모로 원자력 사업을 벌이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데 한국은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기술을 사장시켜 중대한 미래 자산을 고스란히 중국에 양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급속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학계에 회복 불가능한 붕괴를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정부가 이미 결정한 탈원전 방침을 당장 철회해 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에너지 정책 수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기고문 작성을 주도한 김 명예교수는 8일 "50년 이상 쌓아온 우리의 세계적인 원자력 기술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이 분야를 먼저 개척한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동기들과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부는 전문가를 배제한 채 원전에 대한 공포를 과도하게 조장하는 것 같다"며 "우리가 무조건 원전으로만 가자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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