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현장] 여자 컬링 열풍, 어디로 갔니?

강릉=주형식 기자
입력 2018.11.09 03:01

빅매치 한·일전에 관중석 텅텅… 무료입장인데도 70여명만 찾아
日선 언론사 5곳 건너와 취재

"'영미~영미!' 응원 함성으로 들썩였던 게 불과 몇 개월 전 일인데…."

자원봉사자 김부응(74)씨는 8일 강릉컬링센터 관중석(전체 3000여 석)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펼쳐진 이곳에선 지난 3일부터 2018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8일 오전에 열린 한·일전은 대회 최고 빅매치였다. 하지만 관중석은 조용했다. 무료입장이었는데도 70여 명만이 관전했다. 이 중 절반쯤은 군인과 경찰이었다.

발 디딜 틈 없었는데… 텅 빈 경기장 -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컬링 경기가 열렸던 강릉컬링센터(왼쪽 사진). 아·태선수권 한·일전이 열린 8일 강릉 컬링센터의 썰렁한 모습(오른쪽 사진). /연합뉴스·주형식 기자

평창올림픽때 자원봉사를 했던 김씨는 한국 여자 대표팀(팀 킴·은메달)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극적인 8대7 승리를 거둔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3000명 넘는 관중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는데, 이번 대회엔 하루에 관중이 수십 명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일본은 평창올림픽 동메달을 일군 스킵(주장) 후지사와 사쓰키(27) 팀을 내보냈다. 한국은 그때와 달리 김민지·김수진·양태이·김혜린 4명으로 구성된 춘천시청팀이 출전했다. 1999년생 경기도 의정부시 송현고 동기생인 이들은 지난 8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팀 킴'을 꺾고 태극 마크를 달았다.

경기장 곳곳엔 일본 팀을 응원하는 현수막과 국기가 여러 개 걸려 있었지만, 한국 응원 현수막은 1개뿐이었다. 대회 운영 관계자는 "팀 킴이 나오지 않아 국내 팬들의 관심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이날 일본에 4대7로 졌다. 스킵 김민지는 "홈 경기인데도 응원이 없어 솔직히 아쉽다. 일본을 결승에서 만날 수 있다면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후 스포트라이트는 후지사와에게 쏠렸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 다섯 곳이 후지사와를 인터뷰하러 몰려들었다. 후지사와는 "한국 팬들이 공항에서부터 알아봐 주고 많이 응원해줬다. 평창올림픽 덕분에 광고도 여러 편 찍었다. 평창올림픽은 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 컬링은 평창 영광을 이어갈 동력을 잃은 상태다. 지난 2012년부터 한국 컬링에 약 100억원의 운영비를 댄 신세계그룹이 올림픽 이후 후원을 중단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4승2패를 기록하며 일본(6승·1위), 중국(5승1패·2위)에 이어 예선 3위를 했다. 한국은 이어서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에선 7대4로 승리, 예선 패배를 설욕하며 결승(10일)에 올랐다. 일본은 9일 4위 홍콩(2승4패)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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