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서 온 러브콜

김경은 기자
입력 2018.11.09 03:01

박종민
"내년 10월 일곱 차례 공연… 메트는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 100점짜리 시험지 받은 기분"

/두미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성악가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다. 이 시대 최고 베이스인 연광철에 이어 유럽에서 '믿고 보는 성악가'로 자리매김한 베이스 박종민(32)이 메트의 러브콜을 받은 건 3년 전. "와서 오디션을 보라고 했어요. 당시 상임 지휘자였던 제임스 러바인이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에서 제가 부른 곡을 즐겨 듣는다면서." 1년 뒤 뉴욕으로 갔다. 결과는? 낙점이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젊은 철학도 콜리네로 내년 10월 메트에 일곱 차례 선다"고 했다. 메트는 그가 세운 열 가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기에 "10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든 것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1년밖에 안 남은 지금은 "그 기쁨이 50점짜리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언제든 원하는 성악가를 고를 수 있는 메트는 기회를 줘보고 잘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시 부르지 않아요."

2013년부터 지구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오페라극장인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에서 솔리스트로 승승장구하는 그는 전속 가수 50여 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2022년 4월까지 스케줄이 찼다. 비결을 물으니, 180㎝ 거구에 굵직한 저음을 가진 그가 손가락 두 개를 오므리며 "남들보다 아주 '쪼~끔' 더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20대 중반 독일 함부르크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할 때다. 배역도 없이 리허설을 보고 있는데 새벽 1시, 감독이 급히 불렀다. 이틀 뒤 공연할 바그너 오페라 '리엔치'에서 추기경 라이몬도를 맡은 베이스가 아프다며 대타(代打)를 제안했다. 악보도 본 적 없는 생소한 역할이었다. 그날 밤 에스프레소를 열 잔 마셨다. 밤을 꼴딱 새우고 오전 9시 정각 연습실로 들어가 동선을 맞췄다. '벼락치기'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지휘자가 그를 가장 먼저 일으켜 세워 박수를 보냈다. 극장에 신뢰를 주는 가수로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관객들이 비싼 돈 내고 극장에 오는 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기 위해서죠. 노래를 업으로 삼는 제가 값어치 없는 하나의 울음소리로 전락하는 건 창피한 일이에요." 지름길은 없었다.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연습 때 하던 걸 무대에서 그대로 해내는 것. 그래서 연습 때 100% 해내요. 마치 실전인 것처럼." 그는 10일 서울 잠실에서 19세기 당시의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오스트리아 빈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이 드물게 남긴 삼중창을 선보인다.

▲리사운드 베토벤=1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02)782-7015



조선일보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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