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노동계의 '뻥파업'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입력 2018.11.09 03:14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단언컨대 100% '뻥파업'이 될 겁니다."

이달 21일부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뒤, 평소 알고 지내는 민노총 전직 고위 간부 A씨에게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가 들은 대답이다. 그의 분석은 이랬다. "지금 민주노총 조합원 가운데 누가 총파업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정부로부터) 많이 받았잖아요. 그래도 더 받아내려고, '실탄(투쟁력)'을 보여주며 협박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오죽하면 임종석·이해찬 같은 사람들이 비판했겠어요."

A씨는 총파업이 벌어져도 80만명 넘는 민노총 전체 조합원 가운데 10분의 1 또는 그 이하가 참가할 것으로 봤다. '명분'도 '실리'도 없고, 조합원 '호응'도 떨어지는 파업을 노동계에선 '뻥파업'이라고 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1년 반 동안 노동계는 수많은 선물을 받았다. 첫 1년 동안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고, 쌍용차 해고자들이 복직했고,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졌다. 모두 노동계가 오래 밀어붙인 숙원(宿願) 사업이다. 정부 요직과 각종 산하 기관장 자리가 전직 한국노총 위원장과 민노총 위원장 등에게 돌아갔다. 보수정부 시절 노동계와 대립했던 고용노동부 고위 공무원들은 대거 망신주기 수사를 받고 법원에 불려다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수차례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공공 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선언도 했다. 노조 가입자 증가로 민노총 조합원 수는 1년 반 만에 10만명쯤 늘어났다. 매일 평균 185명꼴이다. 조합비 내는 사람이 많아져 민노총 재정 상황도 나아졌다. '노조 천국' '노조 공화국'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노동계는 '더 세게 투쟁'을 외친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본사가 모두 끌어안는 대신 자(子)회사를 통해 채용하겠다고 하자 '파업 불사'를 외치며 반발하고 있다. 관공서에 몰려가 시장실을 점령하고 기관의 업무까지 마비시켰다.

'대(對)정부투쟁 선언'을 한 이유도 가관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기업이 홍역을 치르자 정부·여당이 보완책으로 일을 바쁜 시기에 몰아 하고 한가할 땐 많이 쉬게 허용해 숨통을 터주자는 '탄력 근로제 확대'를 내놓자, 노동계가 이를 정면 거부하며 투쟁에 나선 것이다.

노동계는 이런 식으로 양보도 타협도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폭주(暴走)하고 있다. 보수정부 9년간 못 누린 걸 이번 기회에 모두 한꺼번에 다 챙기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랬다간 국민이 '지나치다'고 찌푸리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때 노동계는 그간 쌓은 애정과 믿음을 모두 잃고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이번 민노총의 총파업이 그 시작일 수 있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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