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찬양조에 태영호 체포조까지 활개, 여기가 서울 맞나

입력 2018.11.09 03:19
좌파 13개 단체 회원 70여 명이 7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정은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조직을 결성하고 "김정은"을 연호하며 "만세"를 외쳤다. 조직 이름부터 '백두칭송위원회'라고 했다. 남북 정상의 백두산 등정을 기념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성향으로 볼 때 북한 김씨 왕조의 이른바 '백두 혈통'을 칭송한다는 의미도 더해졌을 것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김정은 방한을 "자주 통일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진정 어린 모습에 우리 국민 모두 감동했다"고 했다. '남조선에 김정은 위원장 숭배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북 선전 기관 주장이 완전히 허구만은 아닌 듯하다.

'백두칭송위원회' 중 한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속적으로 겁박해 공개 강연을 막았다. 지난 8월 '태영호 체포 결사대'를 만들고 협박 전화와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 등으로 태영호의 입을 막으려 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이들을 막을 현행법이 없다"며 신변 문제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6일 예정된 기독교 행사 강연을 취소했다고 한다. 북 주민을 노예로 짓밟는 독재자는 칭송받고 참혹한 북한 진실을 밝히려는 탈북자는 협박당하는 일이 백주에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정은은 사람을 고사총으로 박살 내 죽이고 이복형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암살했다. 전 세계 사람이 그의 잔인함에 충격을 받았다. 북 주민 전체가 김씨 왕조의 노예이고 그 중 8만~12만명은 수용소에서 짐승 취급을 당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이 5년 연속 '책임자 처벌'을 권고한 것은 김정은의 본 모습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협상 상대인 김정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북핵 폐기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우리가 자유민주 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김정은 집단을 칭송할 수는 없다. 더구나 김정은은 핵 포기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권은 '솔직 담백' '예의 바른' '전략적'이란 수식어를 쓰고 '북한에 백성 생활을 더 중시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현'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권이 김정은을 계속 추켜세우니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은'과 '만세' 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들이 '김정은'과 '만세'를 외친 곳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미국 대사관이 있다. 여기선 거의 매일 반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더 심한 일도 벌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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